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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배신하는 성직자' 돕는 사업까지…과학 전도사의 도발 [BOOK]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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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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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김영사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이기적 유전자』가 발간된 건 1976년. 47년 전이다. 35세의 청년이던 저자는 여든이 넘는 노장이 됐다. 『리처드 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은 지금껏 그가 쓴 서문과 서평, 기고문 등을 모아 정리한 서적이다.

‘단 한 권만으로 세계적인 과학 저술가의 지적인 여정을 따라잡을 수 있겠다’고 기대하며 책을 폈다. 공짜는 없다. 전문적 과학서를 압축한 거장의 서문과 서평을 따라가는 건 눈을 감고 코끼리를 더듬는 것처럼 난해하다.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한 서구 사회의 치열한 논쟁과 갈등도 책 곳곳에서 다루고 있다. 과학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신뢰는 절대적이고 비타협적이다. “종교는 나쁜 과학”, “내적 망상”이라고 평하는 도킨스는 성직자의 배교를 지원하는 사업에도 앞장선다. 그에겐 창조주 신을 버리고 진화론이라는 과학을 ‘영접’하는 게 구원이자 해방.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전투적 무신론자인 그는 성직자의 배교를 지원하는 사업에도 나선다. 중앙포토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전투적 무신론자인 그는 성직자의 배교를 지원하는 사업에도 나선다. 중앙포토

책은 모두 6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의 첫머리를 이끄는 대담이 매력적이다. 칼 세이건의 후계자라 불리는 천재 물리학자 닐디그래스 타이슨, 진화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등과 깊은 대화를 나눈다. ‘과학자의 종교적 믿음’ 같은 문제부터 ‘이기적 유전자’, ‘확장된 표현형’ 등 그가 제시한 진화론 개념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과학자이면서도 문학적인 글을 쓰는 저자는 “과학은 시적으로 들리기 위해 언어를 치장할 필요가 없다”는 ‘과학 탐미주의자’다. “명료하고 정직하게 쓰면 독자에게 시적인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과학을 음악이나 미술 또는 문학을 대하듯 했으면 좋겠다”는 게 ‘과학 전도사’인 그의 희망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득한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만든 거대한 전파 망원경이 그에겐 미켈란젤로의 조각 같은 값진 예술 작품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칼 세이건), 『무(無)로부터의 우주』(로렌스 크라우스) 등 도킨스의 상찬을 받은 책은 다음 독서 목록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마음에 맞지 않는 책에 대해서는 “이 책은 무시하고 넘어가시길”, "포기한 사람의 책”이라고 거침없이 독설을 날린다. 호오가 분명한 작가. 그에 대한 독자의 반응에도 호오가 엇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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