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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미래 아닌 현실이 된 자율주행차, 제도 개선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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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조용혁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조용혁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식당에서 옆 좌석 대화에 갑자기 귀가 쫑긋해진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자율주행에 대해 말씀을 나누시는 걸 들으니, 자율주행이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고 현재라고 느끼게 된다.

그런데 소비자가 자율주행차를 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자율주행차량이 필요하고, 차량을 만드는 기술과 기기, 부품도 필요하다. 이 뿐만이 아니라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자율주행차 운행에 적합한 도로환경도 필요하고, 보다 안전하게 운행하려면 지능형교통체계(ITS)와 통신의 도움도 필요하다. 그리고 자율주행차에 맞는 새로운 법질서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자율주행차량과 기술이 있어도 법제도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자동차관리법(2016년)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2020년), 도로교통법(2021년)을 개정하고, 자율주행자동차법(2020년)을 제정해서 자율주행시대에 대비해왔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에 관한 다양한 시험·실증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자율주행차를 제작·판매, 운행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율주행시스템으로 운전하는 동안은 휴대폰과 방송도 볼 수 있고, 자율주행차 사고도 보험적용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지금 개발 중인 레벨4 이상의 완전자율주행차 제작에 필요한 안전기준과 운행질서를 정하는 법제도가 필요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즉, 대부분은 연구개발을 위한 임시운행과 시범운행 등이 중심이고, 상용화법제는 레벨3 승용차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는 우리 정부와 국회의 책임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자동차·도로교통 안전에 관한 제도는 국제조화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국제규범 역시 수립되지 않았고 언제 마련될지도 요원하다.

그래서 독일은 2021년 자율주행법을 마련하여 독자적으로 레벨4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지원하고 있다. 자율주행분야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완전자율주행차의 안전을 담보하고 운행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고, 여객자동차법·화물자동차법을 포함해 자율주행차에 맞지 않는 낡은 법령들을 신속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행인 것은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한 ‘자율주행차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이 법안은 성능인증과 운행승인을 통해 완전자율주행차 운행을 허용하는 입법으로서, 완전자율주행시대를 여는 출발점에 해당한다. 이를 시작으로 완전자율주행에 필요한 제도개선을 차근차근 완수함으로써, 완전자율주행 버스와 택시가 일상인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

조용혁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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