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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어도 '숫자' 봐라…40대 심근경색 부르는 2030男 '착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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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젊은 남성 혈관 건강 주의보

중성지방 높으면 콜레스테롤 영향
한 번 대사 변하면 되돌리기 어려워
절주·금연·운동 통해 관리 나서야

20, 30대 남성의 혈관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적지 않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LDL·저밀도지단백)과 중성지방 증가, 좋은 콜레스테롤(HDL·고밀도지단백) 감소 중 한 가지 이상 문제가 있을 때 진단한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남성 4명 중 1명(25.4%)이 이상지질혈증이다. 30대 남성의 41.4%, 40대의 55.8%가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받는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폐경 전후인 50대를 기점으로 환자가 급격히 증가한다. 호르몬 변화와 관련 있다.

젊은 남성 환자의 특징은 중성지방 수치 증가로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20, 30대 남성의 고중성지방혈증(중성지방≥200㎎/dL) 유병률은 각각 10.9%, 23%로 같은 연령의 여성(3.9%, 6.8%)보다 3배가량 높다.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권오성 교수는 “중성지방은 복부 비만, 비만과 관련이 많다. 잦은 회식과 술·담배, 신체 활동 부족으로 몸 관리가 잘 안 돼서 그렇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이 이달 발표한 ‘지역사회건강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30대 남성 2명 중 1명은 비만이다. 비만이면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2배 이상 높아진다. 특히 복부 비만이 있는 사람의 59.2%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다.

비만이면 유병률 2배로

젊은 나이부터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인 이상지질혈증을 갖고 있으면 심근경색 등 합병증이 이른 나이에 올 수 있다. 병을 관리하지 않으면 동맥경화성 질환이 생기고 그때가 돼서야 심근경색·뇌경색 같은 심혈관계 증상이 나타난다. 사회활동이 왕성한 40~50대에 심혈관 질환이 발생해 수십 년을 합병증을 갖고 살아가야 할 수 있다.

권 교수는 “동맥경화와 이로 인한 합병증 위험은 이상지질혈증 같은 위험 인자에 얼마나 오래, 높은 양에 노출됐는지로 계산한다. 20, 30의 이상지질혈증은 40대에 심근경색과 돌연사가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혈중 중성지방이 88㎎/dL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22%씩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혈중 중성지방이 높게 유지되면 체내 콜레스테롤 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혈관 건강에 나쁜 LDL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돕고 좋은 HDL 콜레스테롤의 분해를 촉진한다. 한 번 변한 콜레스테롤 대사는 되돌리기 어려운 게 문제다. 권 교수는 “LDL 콜레스테롤은 비만보다는 몸의 대사가 썩 좋지 않은 것과 관련 있다. 어릴 때부터 과음·흡연 등으로 체내 콜레스테롤 대사가 변하면 주홍글씨가 남듯 되돌리는 게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젊은 연령대에서는 이상지질혈증이 있다고 해도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당장 보이는 증상이 없는 탓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치료하는 경우가 드물다. 권 교수는 “20, 30대에서 유병률이 높은데도 인지율·치료율이 떨어진다. 건강검진을 해도 결과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질환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야채 섭취 늘려 식사 개선

20, 30대에서 이상지질혈증 개선을 위해 해야 할 첫 번째는 생활습관 개선이다. 특히 중성지방 증가에 따른 이상지질혈증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권 교수는 “젊은 사람들은 당뇨·고혈압·심부전 같은 다른 위험 인자가 별로 없다. 금연·절주하고 운동하면 중성지방이 확 떨어지므로 웬만한 사람은 약을 안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젊은 연령이어도 고LDL 콜레스테롤혈증(LDL 콜레스테롤≥160㎎/dL)에 따른 이상지질혈증이면 약물치료는 필요하다. LDL 콜레스테롤은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는 잘 조절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혈관 질환 발생의 위험 요인인 심혈관 질환 병력과 당뇨병·고혈압, 조기 심혈관 질환 가족력과 흡연 여부 등으로 위험도를 평가해 약물치료를 한다. 권 교수는 “체중을 10㎏ 감량하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10%가량 떨어진다. 여기서 운동하고 술·담배를 줄이면 각각 5%씩 더 떨어진다. LDL 수치가 190㎎/dL면 생활습관을 개선해도 160㎎/dL 이하가 되긴 어려워 약물치료 병행을 일반적으로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식습관은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탄수화물·지방 섭취량이 줄고, 지질에 이로운 방향으로 식사가 개선된다.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사람은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고, 권장량보다 더 많은 포화지방을 섭취하는 식습관이 있다.

달걀노른자와 새우는 콜레스테롤이 높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으나 굳이 섭취를 자제할 필요는 없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먹는 건 혈관 건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권 교수는 “콜레스테롤은 향후 혈관 문제에 직접적인 원인 인자이므로 건강검진에서 수치가 높으면 이를 인지하고 경각심을 갖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의료진과 결과지를 함께 들여다보고 개선 방향을 상의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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