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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혁신위 1호 안건은 이준석·홍준표 사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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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호 01면

변화, 통합, 희생, 그리고 놀라운 미래. 27일 오후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내건 ‘혁신 철학’이다. 이날 혁신위 회의가 열린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3층 회의실 배경에도 이 같은 문구가 내걸렸다.

회의 시작 시각인 오후 2시30분. 회의장 문이 열리자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체 장애가 있는 이소희 혁신위원의 휠체어를 밀며 이 문구 앞으로 들어섰다. 인 위원장은 “당 혁신을 위한 좋은 기회가 왔다. 이 기회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잘 느끼고 있다”며 “국민의 눈높이로 내려오겠다. 혁신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확실히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이날 ‘혁신 철학’의 주제 중 먼저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1호 안건으론 ‘당내 대사면’을 논의키로 했다. 오신환 전 의원이 제안했고 다수 혁신위원이 동의했다고 한다. 대사면을 통해 당내 구성원들에게 내려진 징계를 풀겠다는 취지다. 논의 대상은 당원권 1년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대구시장(당원권 정지 10개월), 김재원 최고위원(당원권 정지 1년) 등이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이른바 ‘양두구육’ 발언 및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한 증거 인멸 시도 의혹, 홍 시장은 ‘수해 골프’ 논란, 김 최고위원은 전광훈 우파 천하 통일 발언과 4·3 막말 논란 등으로 징계를 받았다.

이 전 대표 징계 해제 시점은 내년 1월, 김 최고위원은 내년 5월까지로 혁신위 사면 건의를 당 최고위가 받아들일 경우 두 사람 모두 내년 4·10 총선 출마를 위한 당 공천을 신청할 수 있다. 혁신위 대변인에 선임된 김경진 전 의원은 브리핑에서 “국민 통합, 야당과의 소통·통합, 당내 화합과 통합 등을 주요 안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혁신위 논의 사항을 전해 들은 김기현 대표도 ‘시의적절한 안건이다. 정리되면 최고위원들 의견을 수렴해 잘 통과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사면에 대해 홍 시장과 이 전 대표가 반발하면서 또 다른 당내 갈등이 유발될 조짐도 보인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면은 바라지 않는다. 장난도 아니고 그런 짓은 하지 마라”며 “총선 후 바뀐 정치 지형과 새롭게 정치 시작하면 된다. 너희끼리 총선 잘해라”고 반발했다.

이 전 대표도 혁신위 발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있었던 무리한 일들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반성하도록 하는 게 혁신위의 일”이라며 “우격다짐으로 아량이라도 베풀 듯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건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런 혁신위 생각에 반대한다. 재론치 않았으면 좋겠다”며 “권력의 횡포를 지적하는 좀 더 근본적인 것을 하라”고 덧붙였다.

“계란 맞더라도 현장 가야”…이태원 추모식 참석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7일 오후 첫 회의를 열고 ‘1호 안건’으로 당내 통합과 화합을 위한 대사면 차원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 해제를 당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왼쪽부터 오신환·이소희 혁신위원, 인요한 혁신위원장, 임장미 혁신위원.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7일 오후 첫 회의를 열고 ‘1호 안건’으로 당내 통합과 화합을 위한 대사면 차원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 해제를 당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왼쪽부터 오신환·이소희 혁신위원, 인요한 혁신위원장, 임장미 혁신위원. 김성룡 기자

당 일각에선 혁신위의 대사면 논의를 두고 “유승민·이준석 신당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사전 명분 쌓기용 논의”라는 의심도 나온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내년 총선을 위해 국민의힘 외부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인 위원장은 이날 SBS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 마음을 녹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도) 다 같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극우에 가까운 각종 행보로 징계를 받은 김 최고위원이 사면 논의 대상에 들어간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중진 의원은 “극우적 언행으로 징계를 받은 김 최고위원의 사면은 당내 화합이란 취지와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혁신위 내부에서도 이 전 대표와 김 최고위원 등의 사면 논의에 대해 “잘못된 언행으로 징계했는데 국민이 이상하게 볼 것” “또 다른 당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등 반대 의견이 일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 위원장이 “우리가 당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미래 지향적으로 가야 하며, 그러려면 우선 통합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대사면 논의에 힘을 실으면서 안건 1호로 확정했다.

통합을 내건 혁신위의 발은 외부로도 향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일부 혁신위원들과 함께 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인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고 다시는 이 땅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라며 “중요성을 통감하고 있다. 추모식에 가는 건 기본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보궐선거 참패 후 당내에서 “계란을 맞더라도 현장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인 위원장이 여권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 당·정 관계의 ‘수직적→수평적’ 변화를 예고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날 추모대회엔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이만희 사무총장 등 일부 국민의힘 지도부도 참석할 계획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시민추모대회가 야당 정치 집회로 변질했다”며 윤 대통령 불참 사실을 알렸다.

인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도 남겼다. 그는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이 외국 수반을 100명 가까이 만나며 한 일이나 정책은 나무랄 게 없다”면서도 “정치인이 아니라 검찰 출신이라서 그런지 방법론에서 좀 세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만남에 대해서도 “생각은 달라도 만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영남 출신 인사들의 수도권 출마 문제에 대해서도 “스타들은 서울로 와야 한다. 험지에 와서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30일엔 혁신위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하겠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연세대 재학 중이던 20대 시절 5·18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시민군의 영어 통역을 맡았다.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도 찾았던 그는 추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예방할 계획이다. 모두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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