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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팔' 구속 뒤, 김범수도 소환 통보…위기의 카카오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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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주가 시세조종 관여 의혹이 제기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1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주가 시세조종 관여 의혹이 제기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1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23일 오전 10시 출석을 통보했다. 앞서 김 창업자의 ‘오른팔’로 알려진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는 시세 조종 혐의로 19일 오전 구속됐다. 금감원은 김 창업자가 배 대표 등 시세조종을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는 실무자들로부터 내용을 보고받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창업자가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카카오 경영 전반이 사법 리스크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무슨 일이야

구속된 배 대표는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당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경쟁하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SM엔터 주가를 띄워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하이브는 SM엔터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너무 비싸져 목표 지분 확보에 실패하자 인수 중단을 선언했고, SM엔터 경영권은 카카오에 돌아갔다.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해온 금감원은 지난 4월 카카오·카카오엔터 사무실을, 8월에는 김 창업자의 사무실을 각각 압수수색했다. 특히, 금감원은 카카오 실무진들의 휴대전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세 조종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과 문자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자에는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공개 매수하는 것을 막고자 특정 가격 이상으로 매수 주문 논의하는 내용 담겼다고 한다. 금감원은 또 카카오가 SM엔터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아 주식대량보유보고 의무(5%룰)도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범수의 남자’ 배재현

배 대표는 카카오그룹 전체 투자를 총괄한 ‘키맨(key man·핵심인물)’이다. 카카오 안팎에 김범수 창업자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어, 일명 ‘김범수의 남자’로도 불렸다. 2016년 음원 플랫폼 멜론(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부터 올해 1월 카카오엔터의 1조2000억원 해외 투자 유치까지, 카카오그룹의 미래를 좌우하는 빅딜을 이끌었다.

SM 인수전 역시 배 대표가 진두지휘했다. 카카오는 당시 계열사인 카카오엔터와 손잡고 SM엔터 지분 확보에 약 1조4000억원을 투입했다. ‘만년 내수 기업’이란 꼬리표를 떼고, 카카오엔터·SM엔터를 통해 글로벌 콘텐트·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거액을 배팅했던 것. SM엔터 인수가 마무리된 지난 3월 말 배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카카오 사내이사(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올해 초 벌어진 SM엔터 인수전은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모습. 사진 연합뉴스

올해 초 벌어진 SM엔터 인수전은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모습. 사진 연합뉴스

업계 반응은 “우려하던 대로” 

카카오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 논란에 이어 사법 리스크까지 커지자 직원들의 불만이 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카카오 직원은 “경영진의 문제가 반복되면서 회사에 대한 신뢰가 꺾였는데 직원들을 달래려는 노력조차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원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이미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 ‘먹튀’ 사태로 그룹 전체가 사회적으로 미운털이 박혔는데도 또 다시 이런 의혹에 휘말려 등기이사가 구속까지 된 건 리스크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전에 카카오가 해온 인수·합병(M&A)들도 무리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리스크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카카오의 앞날은

◦ ‘카뱅 대주주’ 괜찮나: 수사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지분 27.17%)인 카카오의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앞서 법제처가 김범수 창업자 ‘개인’은 카뱅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지만, 시세조종 처분이 카카오 ‘법인’에도 적용된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법정 공방이 길어지면 카카오·SM엔터의 사업보다도 카카오뱅크가 금융위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신사업 추진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해외 시장 공략, 괜찮나: 카카오는 SM엔터 인수를 계기로 북미 등 해외 진출을 예고했다. 그러나 배 대표의 구속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추진할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그룹의 투자 활동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3.11% 하락한 4만500원에, SM엔터 주가는 4.47% 하락한 11만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편 배 대표 측 변호인단은 ”영장 혐의사실에 대해 법정에서 충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특사경은 배 대표를 구속 상태에서 수사해, 10일 이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