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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판도 흔드는 허위조작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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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지난 5월 14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로켓탄(오른쪽)을 쏘자 이스라엘이 아이언돔(왼쪽)을 발사해 공중에서 요격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5월 14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로켓탄(오른쪽)을 쏘자 이스라엘이 아이언돔(왼쪽)을 발사해 공중에서 요격하고 있다.연합뉴스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가 진짜 전쟁터를 뒤흔드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7일 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이 폭격당하자 하마스는 즉각 '이스라엘 폭격으로 500명이 숨졌다'며 현장 영상을 SNS로 공개했다. 이슬람권이 발칵 뒤집어졌다. 18일 전쟁협상을 중재하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요르단 방문은 퇴짜 맞았다.
그런데 하마스의 주장이 허위조작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개한 영상과 녹취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군사조직의 오폭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이스라엘의 폭격이라고 거짓말을 한 셈이다.
그렇다면 하마스의 주장은 정확히 허위조작정보에 해당된다. 허위조작정보는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가짜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는 것이다. 하마스는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난을 이스라엘에 떠넘기고,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이슬람권 전체를 자극함으로써 전쟁의 확산을 부채질했다. 중재와 협상의 기회를 없애버렸다.
IT기술이 발전하면서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그 파괴력 때문이다. 악성일수록 더 빨리 퍼지며, 일단 허위조작정보를 믿는 사람은 거짓으로 드러나도 생각을 잘 바꾸지 않는다.
극한상황일수록 파괴력은 더 커진다. 이번 병원 폭격이 전형적이다. 민간인 납치와 살상으로 이미 극한을 치닫고 있는 전쟁상황에서 가장 인도주의적 공간인 병원에 떨어진 불덩이는 가공할 충격이다.
허위조작정보로 진실조차 진영으로 나뉜 상황에서, 그 책임공방은 전쟁을 더 깊은 수렁으로 끌고갈 것이다. 통제불가능한 인터넷 공간은 치명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