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차시장 개방' 압박 … 선봉에 선 미 형제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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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의 현역 형제 의원이 한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을 위해 적극적인 정치공세에 나섰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주의 샌더 레빈(75.13선) 하원의원과 칼 레빈(72.5선) 상원의원이다. 둘 다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 소속이다. 형은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고, 동생은 상원 군사위원장에 내정됐다. 이들은 한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 수준이 미흡하다며 강경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또 양국 정부가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이들은 같은 당 소속인 존 딩겔 하원 에너지.상무위원장 내정자 등 미시간 출신 상.하원 의원들과 함께 21일 한국의 자동차 시장을 개방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서한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보냈다.

특히 형 샌더가 무역소위 위원장이 되면 한.미 FTA에 대한 하원의 인준 문제를 다루게 된다. 그는 평소 "미국의 제조업체와 일자리를 위협하는 모든 무역은 불공정하다"는 지론을 펴왔다. 그는 올 7월 "한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 폭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회원국 수준으로 확대하고, 한국이 자동차 시장에 대한 각종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보내기도 했다. 또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직후인 이달 14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선 "한.미 FTA가 미국의 자동차 산업과 그 밖의 제조업체들이 우려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민주당 의원들은 FTA를 좌절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동생인 칼도 자동차 문제와 관련해선 형과 생각이 같다. 상원의원들의 '자동차 모임(Auto Caucus)'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올 6월 형보다 먼저 수전 슈워브 대표에게 서한을 보냈다. "한국산 자동차는 70%가 수출되는 반면 한국에서의 수입차 점유율은 3%에 불과할 정도로 한국은 폐쇄적"이라며 미국이 개방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 샌더 레빈=1970년대 미시간 주지사 도전에 두번 실패했으나 82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뒤 선거 때마다 70% 안팎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99년부터 지금까지 하원 무역소위에서 활동해 왔다.

◆ 칼 레빈=진보 성향이 매우 강한 의원으로 이라크전을 처음부터 반대했다. 2001년 민주당이 잠시 상원의 다수당이 됐을 때 군사위원장을 맡는 등 군사 분야에 해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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