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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투자, 위험관리는 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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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공기업 해외 신재생 투자 절반이 마이너스 수익

‘전력 포화’ 제주에 신재생 허가는 계속 늘어나

지난 정부 때 벌어졌던 탈원전 ‘과속 스캔들’의 여파가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신재생에너지 투자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방침에 따라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이 해외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어제 중앙일보가 보도한 결과는 형편없었다.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5개 발전 자회사가 현재까지 투자한 해외 신재생 사업 22건 가운데 절반인 11건의 최근 사업 순수익이 마이너스였다. 22건 중 15건은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된 사업이다. 해외 사업 실패는 누적 적자가 47조원을 넘어선 한전을 비롯한 부실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위기를 가중시킨다.

사업을 아예 접은 곳도 있었다. 한수원의 스페인 태양광 사업 등 3건은 수익성이 나빠 매각·청산을 추진 중이거나 조기 종료됐다. 350억원을 투자한 한전의 미국 콜로라도 태양광 사업도 인수 5년 만인 지난해 종료됐다. 정부 보조금과 기후·송전 변수 같은 사업 리스크를 꼼꼼하게 따지지 못한 탓이다.

일부 지역에 쏠린 국내 태양광·풍력 투자도 문제다. 발전 설비가 제주와 호남 지역에 집중돼 과잉 발전 현상이 벌어지면서 송전망을 차단하는 출력제어 조치가 잦아졌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에 따르면 제주도 출력 제어 건수는 올해 8월까지 이미 141건을 넘어섰다. 전력이 포화 상태인데도 신규 신재생 발전 허가가 계속 늘고 있다. 누울 자리도 보지 않고 발만 뻗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정상화하고 있다. 원전 발전 비중을 늘리고 원전 생태계를 되살렸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꾸준히 늘려야 할 상황이다. 올해 초 정부가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8년 6.2%에서 2030년 21.6%로 높아진다. 문재인 정부 때의 과도했던 2030년 목표(30.2%)를 낮추는 속도 조절은 했지만 좁은 국토와 날씨 여건 등을 감안할 때 그조차도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다. 헛발질에 낭비할 여력이 없다. 효율적인 신재생 투자가 절실하다.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송배전망 투자에도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의 첨단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가 급증하고 있다. 전력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전은 2032년까지 송배전망 투자에 20조6359억원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신재생에너지를 아무리 늘려도 전력망이 없으면 수요처에 보낼 수 없다. 총부채가 200조원이 넘는 한전이 이런 투자를 감당할 수 있겠나. 에너지 믹스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전기요금 정상화는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