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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바이든 급거 중동 순방, 확전 막는 분수령 되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네후 이스라엘 총리.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해 확전 방지 등을 요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중앙포토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네후 이스라엘 총리.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해 확전 방지 등을 요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중앙포토 ]

보복 차원 지상전 예고한 이스라엘 설득 나서

인도주의와 세계경제 위한 타협안 도출 기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이 열흘을 넘기면서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이스라엘이 보복 차원의 대규모 지상전을 예고한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내 일정을 중단하고 18일(현지시간) 급거 중동 순방에 나서면서 국면 전환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국제사회에서는 민간인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당사자들이 확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가장 최근 전황을 보면 이스라엘의 대규모 지상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이스라엘의 움직임이 다소 멈칫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은 기상 악화가 이유라고 해명했지만, 확전을 원하지 않는 미국의 막후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15일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는 제거해야 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분리해 접근하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 차이가 벌어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설득을 위해 움직이게 된 상황을 맞았다. 개전 이후 두 번째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연대를 재확인할 예정”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다른 테러리스트로부터 자국민을 지킬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이어 요르단과 이집트 정상을 잇따라 만나고,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이번 전쟁이 시리아는 물론 이란까지 가세하는 중동 전체 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복을 천명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 정치적 입지 등을 고려해 “하마스를 섬멸할 때까지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겠다”며 지상전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확전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 설득에 성공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전쟁이 길어지면 더 큰 인도주의적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 이미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대규모로 살상했고, 인질 199명을 ‘인간 방패’로 이용할 태세다. 가자지구 봉쇄로 어린이와 여성 등의 희생도 커지고 있다. 산유국이 몰려 있는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되면 취약한 세계경제에도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확전을 막을 대타협안을 도출해 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