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질 잘못해 혹시 잇몸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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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서모(37)씨는 요즘 활짝 웃는 낯으로 남을 대하기가 두렵다. 웃을라치면 벌어진 입 사이로 치아가 남의 눈에 띌까봐 그저 슬며시 미소만 짓고 만다. 잦은 흡연과 음주, 스트레스로 그의 이는 사실상 망가진 상태다. 이 사이로 치석이 끼면서 잇몸이 패고, 담뱃진이 배어 누리끼리한 것이 노인들 치아나 다름 없다.
힘들고 바쁠 땐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앙다무는 버릇이 있어 병원을 찾으면 "이 곳곳에 금이 가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을 듣는다.
치아건강은 오복(五福)중 하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소중함은 말할 나위 없다. 무심코 방치했다간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다. 한 해를 갈무리할 시점. 치아관리의 중요성을 짚어본다.

◆칫솔질에도 정석이 있다= 성인의 정상치아는 28~32개다. 그러나 구강보호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65~74세 노년층의 치아는 17개에 불과하다. 10여개의 치아가 잘못된 관리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것이다.
치아가 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잇몸질환이다. 잇몸질환은 30대 이상 성인 4명중 3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 잇몸질환이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치은염에서 출발해 치주염·치조골 손상으로 이어진다. 일단 시작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선 칫솔질을 생활화해야 한다. 식사후 또는 흡연후 등 구강내 세균이 번식 쉬우므로 양치질이 필수다. 하지만 칫솔질도 제대로 해야 한다. 칫솔모가 한쪽으로 쏠려 있거나 마모가 심하다면 칫솔을 잡는 방법과 강도를 고쳐야 한다. 잘못된 짓솔질로 잇몸의 마모되면 시린 상이 나타나는 치아과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한 치아,방치하면 곤란=칫솔질 만으로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의 찌꺼기를 모두 없애긴 어렵다. 남은 찌꺼기는 치석으로 쌓여 잇몸염증과 풍치의 원인이 된다. 매년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대로 방치하면 더 큰 병이 눈 앞에 기다리고 있다. 덜 씹힌 음식이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고, 신체 리듬을 깨 또 다른 질병을 부를 상황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이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가 없으면 제대로 음식물을 먹지 못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고 숱한 질병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성인의 경우 상한 치아를 대신할 자연치아는 없다. 대체물을 쓰는 게 틀니 등 보철치료를 하거나 최근 인기를 끄는 임플란트시술이다.
치과진료도 증상은 같지만 원인이 달라 치료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최대훈 덴토피아치과 원장은 "씹는 것으로 영양소 섭취의 첫번째 일을 하는 치아는 그 기능만이 아니라 얼굴 형상을 좌우한다는 면에서도 충분한 유지·관리가 요구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큰 낭패를 당하기 보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병원행을 권한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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