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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넘나든 천재도 약점 있었다…다빈치 이름 딴 이 증후군 [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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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매스
피터 버크 지음
최이현 옮김
예문아카이브

흔히 독일의 위대한 문학가로 기억되는 괴테는 스스로를 과학자로 여겼다고 한다. 그는 여러 언어와 문학, 그리고 철학을 공부했을 뿐 아니라 해부학·식물학·광물학에 많은 기여를 했단다. 광학을 연구해 『색채론』을 쓰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지식과 전문성을 갖추고 성취를 이룬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폴리매스'(polymath)다. 영국의 역사학자로 『지식의 사회사』 등을 쓴 저자 피터 버그는 이 책 『폴리매스』에 고대 그리스부터 서양을 중심으로 여러 폴리매스의 놀랍고 흥미로운 면면을 전한다. 본문에도 꽤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책 말미에 15세기 이후의 명단 500명을 정리해 실어 놓았다. 수전 손택, 올리버 색스 등 20세기에 태어난 사람들까지 포함하되, 살아있는 사람은 제외한 명단이다.

올해 4월 '레오나드로 다빈치, 천재와 그의 시대' 전시가 열린 이탈리아 토리노의 레알리 박물관의 기념품. 기념품 새겨진 그림 '붉은 분필로 그린 남자의 초상'은 다빈치가 1510년쯤에 그린 자화상으로 여겨진다. [AFP=연합뉴스, Photo by Marco BERTORELLO/AFP]

올해 4월 '레오나드로 다빈치, 천재와 그의 시대' 전시가 열린 이탈리아 토리노의 레알리 박물관의 기념품. 기념품 새겨진 그림 '붉은 분필로 그린 남자의 초상'은 다빈치가 1510년쯤에 그린 자화상으로 여겨진다. [AFP=연합뉴스, Photo by Marco BERTORELLO/AFP]

책에 따르면 폴리매스의 황금기는 17세기. 하지만 18세기 중반 이후 지식의 폭발적 증가,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이기도 한 지식의 전문화 혹은 파편화는 폴리매스의 입지를 위축시켰다. 사실 박학다식한 척척박사들이 늘 경탄의 대상이 됐던 건 아니다. 폴리매스는 때론 사기꾼·협잡꾼으로 의심받았고 그 지식이 피상적이란 공격을 받기도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대표적 폴리매스. 한데 저자는 그가 회화·역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술 계획을 세웠지만 대부분 완성하지 못하거나 시작조차 못 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벌려 놓은 일은 많은데 마무리는 못하는 모습을 저자는 '레오나르도 증후군'이라고 부르는데, 많은 폴리매스가 이랬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러 폴리매스는 특히 새로운 학문의 창설 과정에 크게 기여하곤 했지만, 막상 지금처럼 학문·전공이 세분화된 시대에는 대학에도 그 설 자리가 넓지 않아 보인다. 저자는 지식의 군도에서 각각의 학문이라는 섬을 연결하는 교량의 역할을, 스페셜리스트와 대비해 폴리매스처럼 박학다식한 제너럴리스트의 역할을 강조한다. 지식의 전문화 과정과 그 이면, 지식 공동체의 시대별 양상 등까지 살피는 점에서 '지식의 사회사'로도 읽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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