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무고한 민간인·약자 희생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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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난 7일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남부에서 부상을 당한 이스라엘 남성을 의료진 등이 긴급 호송하는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난 7일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남부에서 부상을 당한 이스라엘 남성을 의료진 등이 긴급 호송하는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어 인도주의적 재난이 우려된다. 불과 닷새 동안에만 양측 사망자가 이미 2300명을 넘었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한 상태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예고해 사망자가 더 급증할 전망이다.

하마스의 공격 초기부터 여성과 노인은 물론 영유아까지 무더기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 남부 마을에 들어가 민간인을 대거 학살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영유아 시신만 40구에 이르는데, 일부는 참수됐다니 끔찍하다. 하마스에 급습당한 키부츠(농업 공동체) 인근 음악 축제 현장에서 260구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다. 게다가 하마스는 150여 명의 인질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누적된 적개심을 표출하고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SNS를 악용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X’(옛 트위터) 등을 통해 민간인 시체가 방치된 사진, 여성 피랍 현장의 음성, 민간인 차량 피격 장면 등을 퍼뜨리고 있다. 이슬람국가(IS) 등이 하던 잔인한 수법을 모방하고 있어 전 세계적 공분을 사고 있다.

지상전을 앞두고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최근 닷새 동안에만 가자지구의 하마스 거점 2450곳을 공습하면서 민간인 희생자도 늘고 있다. 서울의 절반 크기인 가자지구(364.3㎢)에 230만 명이 밀집해 있어 지상전이 개시되면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이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한 데다 하마스 배후로 의심받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필두로 시리아와 레바논의 헤즈볼라까지 가세해 대립 구도가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지지 의사를 밝힌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자가 지난 11일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했으나 평화적 해결은 아직 쉽지 않아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는 악 그 자체”라고 비난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인질 석방 등을 위해 이스라엘에 파견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과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가 하마스와 다른 점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제법과 전쟁법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해 지상군 투입에 신중하라고 이스라엘에 주문할지가 주목된다. 전쟁에 따른 인도주의적 재난을 최소화할 방안을 최대한 모색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