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보선 패한 여권, 독선적 국정운영 아니었나 돌아봐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1일 오후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1일 오후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서구청장에 민주당 진교훈 큰 격차로 당선

꼼수 공천, 자격 미달 장관 논란…민심 새기길

어제 실시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큰 격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강서구는 전국 226곳 기초지자체 중 한 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보여주는 풍향계로 인식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며 당력을 집중했던 터라 김 후보의 패배는 여권에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여당의 패배는 일차적으로 무리한 후보 공천에서 비롯됐다. 이번 선거는 강서구청장이었던 김 후보가 지난 5월 대법원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됨에 따라 치러졌다. 하지만 확정판결 3개월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그를 특별 사면했다. 국민의힘이 ‘공익제보자’라며 김 후보를 공천했지만, 보궐선거를 유발한 당사자를 재공천하느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민주당이 자당 소속 시장들 때문에 치러진 2021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꼼수 공천했다가 패한 전례를 국민의힘이 답습한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유권자가 윤석열 정부의 취임 후 1년 반 동안을 평가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민주당 강세 지역인 강서구에서의 득표치를 보고 총선 전략을 가늠해 보자는 의견도 나왔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고령층보다 중년층과 청년층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많은 사전투표율이 역대 재·보궐 선거 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야당이 주장한 ‘정권 심판론’에 동조하는 기류가 일정 부분 확인된 셈이다.

여권은 이번 선거를 국정 운영의 미비점을 돌아보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야 간 대화를 찾아볼 수 없고 극한 대립만 일상화한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도 문제이지만, 민생 문제를 풀어갈 책임은 여권에 있다.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 필요한 정책을 법제화하는 것도 집권 세력의 역량이다. 참신한 인재를 선보여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자격 미달 시비가 잇따르는 인사들을 장관 후보로 내세우는 등 독선적이거나 독주하는 인상을 주지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승리한 민주당은 환호하지만 총선 민심이 이번과 같을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 부동산 실정과 ‘내로남불’ 논란 등으로 정권을 내준 뒤에도 민주당은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극성 팬덤에 휘둘리고, 다수 의석을 앞세워 무리하게 법안을 처리하려는 행태도 여전하다. 이번 선거 역시 비호감 세력 중 좀 더 싫은 쪽에 매를 든 것일 수 있다. 우리 경제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 위기에 직면했고, 자영업자 등 국민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내년 총선 민심은 여야에 더 혹독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