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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잃은 강릉 급발진 사고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재앙” 피해자 지원 조례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모습. [사진 강릉소방서]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모습. [사진 강릉소방서]

“해결 위해 지속적 관심 필요”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시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자 지방의회마다 피해자를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섰다.

국민의힘 김용래(강릉3) 강원특별자치도의원은 지난 11일 제32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 피해자들이 어디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어려움을 조금이라고 해결해드리고자 11월 발의를 목표로 조례 제정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강릉 사고 사례를 들며 “한 가정의 일상이 멈추고 파괴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채 고통만이 지속하고 있다. 급발진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이라며 “많은 분의 응원과 노력을 통해 조속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의 첫 재판이 지난 5월 23일 오후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전국에서 모인 탄원서 1만7000여부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의 첫 재판이 지난 5월 23일 오후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전국에서 모인 탄원서 1만7000여부 모습. [연합뉴스]

“올해 안 국회 상임위 통과되길” 

이날 본회의를 방청한 고(故) 이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지방의회의 조례 제정 등을 원동력 삼아서 올해 안에 국회에서도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 법률개정안)이 상임위까지만이라도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현상으로 인한 사고로 12살 도현군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운전대를 잡았던 할머니(60대)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돼 지난 3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씨 가족은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약 7억6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제기하며 이번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사고 모습.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사고 모습. [중앙포토]

국민청원 5만명 동의해 ‘도현이법’ 논의 

지난 5월 법정에 선 할머니는 “사랑하는 손자를 잃고 저만 살아남아서 미안하고 가슴이 미어진다. 누가 일부러 사고를 내 손자를 잃겠느냐. 제 과실로 사고를 냈다는 누명을 쓰고는 죄책감에 살아갈 수 없다. 재판장님께서 진실을 밝혀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사고 이후 이씨 가족이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 법률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피해자가 차량 결함의 원인을 입증해야 하는 현행법을 '차량에 결함이 없었다는 사실을 자동차 제조업자 등이 입증해야 한다'고 바꿔 제조업자의 입증 책임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20일 첫 경찰조사를 위해 아들,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20일 첫 경찰조사를 위해 아들,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회·경기도의회 적극적으로 나서 

현재까지 발의된 관련 법안은 5개지만 개정을 위한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입증하게 하는 제도 자체가 모순이자 폭력"이라며 "급발진 의심 사고에만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방향으로 올해 안에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예방과 피해자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조례를 지난 7월 제정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장인 박중화 의원(국민의힘·성동)이 '서울시 자동차 급발진 사고 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고 총 35명의 의원이 찬성했다.

박중화 의원은 “자동차 구조가 복잡해지고 전자장비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피해자는 사고 입증이 어려워 사고 후 조치에 한계가 있고 자동차 제조사는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의심 사고 발생 시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도 지난 8월 자동차 급발진 사고 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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