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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아들 잃은 아빠의 절규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 입증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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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6일 오후 3시 59분쯤 강릉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68세 여성 운전자가 몰던 SUV가 수로에 빠지면서 운전자는 크게 다쳤고, 12살 손자는 사망했다. 사진 강릉소방서=연합뉴스

지난해 12월 6일 오후 3시 59분쯤 강릉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68세 여성 운전자가 몰던 SUV가 수로에 빠지면서 운전자는 크게 다쳤고, 12살 손자는 사망했다. 사진 강릉소방서=연합뉴스

지난해 말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23일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환하는 법 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모 씨는 이날 국회 국민동의 청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꿈 많고 해맑았던 저희 아들을 하늘나라 보내고 당시 운전자였던 어머니는 형사 입건된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손주들을 돌봐주기 위해 연고도 없던 강릉으로 내려와 8년 넘도록 아이들 등·하원을 전담하며 사고 당일도 평소와 같이 학원에서 손주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 너무나도 끔찍하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급발진 사고로 아들과 생이별을 했다"고 적었다.

지난해 12월 6일 오후 3시 59분쯤 강릉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이씨의 어머니가 몰던 SUV가 수로에 빠지면서 운전자는 크게 다치고 이씨의 아들은 사망했다. 차량은 갑자기 '웽'하는 굉음과 함께 흰 액체를 분출하며 30초 이상 600m를 주행한 뒤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차량 블랙박스에는 이씨의 어머니가 "아이고, 이게 왜 안돼. 오 큰일 났다"라며 다급하게 외치는 상황이 담겼다.

이씨는 "너무나 평온하고 평범했던 일상들이 급발진 사고로 인해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며 "더 이상 살아갈 이유도 느끼지 못한 채 슬픔에 잠겨 있다가 당시 운전자였던 어머니가 형사 입건됐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실에 어머니에게 죄가 있다고 판결이 날까 봐 전전긍긍하며 아들을 떠나보낸 고통과 슬픔, 아픔도 뒤로하고 어머니에게 죄가 없음을 호소하는 탄원서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속에 너무나도 소중한 생명인 우리 아들이 왜 하늘나라에 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원인 규명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주변 만류에도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을 떠난 보낸 슬픔과 아픔의 고통을 온전히 애도하지 못한 채 급발진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사고 원인 규명을 비전문가인 사고자나 유가족이 증명해야 된다는 억울하고 답답한 대한민국 현실에 울분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이씨는 "모든 운전자 및 급발진 사고로 동일한 아픔을 겪고 있는 국민 여러분을 대표해 국회에 호소한다"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입증책임 전환'과 급발진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제조사의 기술적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니 간절하고 애타는 마음으로 청원에 동참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청원의 취지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되며 전동화되는 자동차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소프트웨어 결함은 발생한 후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그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런데도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차량의 결함이 있음을 비전문가인 운전자나 유가족이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제조물책임법 조항을 최소한 급발진 의심 사고 시에는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환하는 법 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원서가 공개된 이날 이씨의 청원에 9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30일 안에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위원회 및 관련 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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