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벨평화상 이번엔 옥중수상…이란 인권운동가 모하마디 선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 로이터=연합뉴스

202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노벨평화상은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가 받았다. 이란 여성에 대한 억압에 저항하고,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반국가 선전' 유포 등의 혐의로 12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6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이란의 대표 인권 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모하마디를 2023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수상자 발표에 앞서 이란 정부에 반대하는 평화 시위의 슬로건 중 하나인 '여성, 생명, 자유'를 이란어로 말했다.

모하마디를 '자유의 투사'로 언급한 안데르센 위원장은 "이란의 여성 억압에 맞서 싸운 모하마디는 현재 감옥에 있다"며 "이 용감한 투쟁은 개인적으로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6일(현지시간)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2023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2023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72년 이란 잔잔에서 태어난 모하마디는 이맘 호메이니 국제대학에서 물리학 학위를 받았다. 대학 학보사 시절부터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보이며 관련 기사를 썼고, 이란 내 여러 개혁주의 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모하마디는 지난 20여년간 수 차례 옥고를 치렀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그는 현재까지 이란 정권에 의해 13번 체포되고 5차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불법 단체 설립, 반국가 선전 활동 등의 혐의였다.

수감 중에도 그의 투쟁은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지난해 하반기 이란을 휩쓴 '히잡(무슬림 여성이 외출 때 목·머리 등을 가리는 베일)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수감된 이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 지난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사망 당시 22세) 사망 사건 이후로 관련 시위가 전국적으로 들끓었고, 이란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렸다.

모하마디는 시위에 참여하다 잡혀온 여성 수감자들에게 성적·신체적 학대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BBC를 통해 폭로했다. 지난 1월에는 58명의 여성 수감자 명단과 그들이 겪은 비인간적인 고문 내용을 상세히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현재 테헤란 북부 에빈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날 모하마디의 가족은 그를 대신해 먼저 인스타그램에 소감을 밝혔다. 모하마디 본인이 이번 수상의 "특별한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수상의 영광은 모든 이란인의 것이다. 특히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용기로 세계를 사로잡은 이란의 용감한 여성과 소녀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밝혔다.

모하마디는 이후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성명에서 "나의 인권옹호 활동에 대해 국제적인 지지와 인정을 받은 덕분에 더 단호해지고, 더 책임감을 느끼면서 더 열정적이고 더 희망을 품게 됐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인정으로 변화를 위한 이란인의 투쟁이 더 강해지고 조직화하길 바란다"며 "승리가 눈앞"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의 남편 타기 라흐마니(왼쪽)와 그의 아들 알리가 6일(현지시간) AP통신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의 남편 타기 라흐마니(왼쪽)와 그의 아들 알리가 6일(현지시간) AP통신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하마디에게는 남편과 16살 쌍둥이 자녀가 있다. 반정부 인사였던 남편 타기 라흐마니는 아내가 처음 체포된 이듬해인 2012년 이란에서 탈출해 이라크로 건너간 뒤 프랑스에서 정치적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쌍둥이 자녀도 2016년 파리에 도착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쌍둥이 아들인 알리는 집에서 엄마를 마지막으로 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CNN은 전했다. 모하마디는 그날 아들 알리와 딸 키아나에게 아침 식사로 달걀 요리를 만들어주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당부하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 알리와 키아나가 집에 돌아왔을 때 그녀는 없었으며 당시 아이들은 8살이었다.

모하마디가 올해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여성은 19명이 됐다. 이란 여성 운동가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은 2003년 시린 에바디 이후 두 번째다. 모하마디는 수감 전까지 에바디가 이끄는 인권 옹호자 센터(Defenders of Human Right Center) 부소장으로 일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모하마디의 이번 수상으로 히잡 시위에서 나타난 이란 여성들의 인권 투쟁이 국제적으로 더 조명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 AFP=연합뉴스

202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 AFP=연합뉴스

환경운동가, 분쟁 조정 기관 등 평화상 수상자로 추천됐던 351명의 후보 중 노벨위원회가 인권 운동가인 그를 선정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유엔 총회가 '세계 인권 선언'(1948년)을 채택한 지 75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란 풀이도 나왔다.

노벨평화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04회 수여됐다. 그러나 1·2차 세계대전 등을 이유로 19차례(1914~1916년, 1918년, 1923년, 1924년, 1928년, 1932년, 1939~1943년, 1948년, 1955~1956년, 1966~1967년, 1972년)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18K 금메달과 함께 1100만 크로나(약 13억46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노벨상의 6개 부문 중 유일하게 노르웨이 의회가 선출한 5명의 위원회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지난 1월 31일까지 각국 선출직 의원과 정부 각료, 대학교수, 역대 수상자 등이 추천한 후보 중 결정됐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린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발표 직후 모하마디가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이란 정부가 그를 석방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