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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근원적 불안이 작품 관통…희곡·소설·시 쓰는 ‘21세기 베케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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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욘 포세. [AFP=연합뉴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욘 포세.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 문학상은 북유럽 거장 욘 포세(64)에게 돌아갔다. 노르웨이의 포세는 현대 희곡뿐 아니라 소설과 시, 아동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명작을 남겨 ‘제2의 헨리크 입센’, ‘21세기의 사뮈엘 베케트’라 불리는 작가다. 북유럽 문학의 기수로 평가받는 그는 북유럽 특유의 철학적이고, 허무한 정서 속에서도 찬란히 빛나는 순간을 포착해 탁월한 서사로 승화시키는 작품을 주로 써왔다. 노르웨이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비에른스티에르네 비외른손(1903), 크누트 함순(1920), 시그리드 운셋(1928)에 이어 네 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 (현지시간) 세계에 생중계된 유튜브 발표에서 포세를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목소리를 부여한 혁신적 희곡과 산문의 작가”라고 소개했다. 또 “그의 작품은 희곡·소설·시집·에세이·아동도서·번역서 등 방대한 장르와 작품을 아우른다”며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공연되는 극작가 중 한 명이지만 산문으로도 점점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욘 포세의 대표 작 『보트하우스』. [AFP=연합뉴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욘 포세의 대표 작 『보트하우스』. [AFP=연합뉴스]

포세는 성명을 통해 “(수상 소식에) 압도되고 다소 두렵다. 이 상은 다른 어떠한 고려 없이 문학성을 가장 지향하는 문학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 인터뷰에서는 “전화가 왔을 때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대비해 왔다”며 “전화를 받은 것은 내게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1959년 노르웨이 해안 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비교문예학을 전공했고, 호르달란주에서 문예 창작을 가르쳤다. 1983년 장편 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한 후 『보트하우스』 『병 수집가』 『납 그리고 물』 등을 출간했다. 그의 작품은 세계 40여 개 언어로 번역됐다. 특히 희곡은 세계 무대에 1000회 이상 올랐다. ‘인형의 집’을 쓴 헨리크 입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로 꼽힌다.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이다. 장편소설 『보트하우스』를 번역한 홍재웅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는 “포세는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가”라며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같은 웅장하고 신비한 자연이 주는 고립감, 타인을 향한 불안감, 삶과 죽음 같은 테마를 주로 다룬다”고 말했다.

포세의 작품은 주로 “일상적인 사건 속에서 큰 주제로 이야기가 확장된다”는 게 홍 교수 설명이다. 그는 “포세는 가족, 연인 등 관계에서 생기는 심리적 변화를 사실적으로 풀어낸다”고 했다. 윤시향 원광대 명예교수는 “포세는 음악이 흘러가는 것처럼 리듬이 교차하는 식으로 작품을 전개한다”며 “단순한 것에서부터 시작해 철학적인 질문으로 나아가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장편소설 『보트하우스』 『아침 그리고 저녁』, 어린이 책 『오누이』 등이 출간됐다. 장편소설 『멜랑콜리아』가 20일 국내에 출간될 예정이다. ‘가을날의 꿈’(2006), ‘겨울’(2006), ‘이름’(2007), ‘기타맨’(2010), ‘어느 여름날’(2013) 등 희곡을 바탕으로 한 연극도 국내에서 초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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