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한번 안아봐도 되나" 정진상 포옹…재판 80분만에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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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에 대한 첫 재판이 6일 열렸지만 이 대표의 건강 문제로 1시간 20여분 만에 종료됐다. 이 대표는 재판이 끝날 무렵 판사의 허락을 구한 뒤 함께 법정에 출석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말없이 포옹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사업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 첫 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 김동현)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이 대표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부패방지법·이해충돌방지법·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1차 사건)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지난 3월 검찰이 기소한 지 7개월 만에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미다. 당초 첫 공판은 지난달 15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 대표의 단식으로 미뤄지다 이날 열렸다. 이 대표의 법원 출석은 이 대표가 받는 또다른 혐의인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검사 사칭 위증교사 의혹’(2차 사건)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지난달 27일 기각된 뒤 처음이다.

李, 혐의 모두 부인…“건강상 재판 짧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사업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 첫 공판을 마치고 법원 방호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재판 시작 직후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이 대표가) 장기간 단식으로 대사에 상당한 문제가 있고 근육이 많이 소실돼 앉아있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며 “지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8~9시간을 법정에 앉아있어 굉장히 큰 후유증이 남았다. 오늘 장시간 재판이 진행된다면 똑같은 악순환에 빠져 향후 진행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건강 상태에 따라 유동적으로 하겠다”며 이를 수락했다. 재판부는 지난 4일 이 대표가 건강상 이유로 요구한 재판 연기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판결에 1~2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짧게라도 첫 공판을 진행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대표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검찰의 20만쪽에 달하는 증거 제출과 350명 참고인 조사 기록을 봐도 결정적 증거가 없다”며 “정치인을 말살 내지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공소제기로,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공소장만을 제출하지 않고, 불필요한 내용을 장황하게 제출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판사에게 유죄의 예단을 심어주려 했다는 지적이다.

당초 검찰은 도합 4시간짜리 모두진술 프레젠테이션(PT)을 준비한 상태였다. 대장동 의혹 2시간, 위례 신도시 의혹 30분, 성남FC 의혹 1시간 30분 분량이다. 검찰은 재판부와 협의에 따라 가장 짧은 위례 의혹부터 진술을 시작했다. 그러나 검찰이 설명할 동안 이 대표가 도중에 생수를 건네받거나 눈을 감은 채 힘들어하는 모습을 반복했고, 그러자 재판부는 결국 나머지 진술을 다음 재판으로 미루기로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1.2차 수사 사건 혐의들 그래픽 이미지.

李 “부동산 투기 혐오” “정진상 안아보자”

이날 재판의 방청객은 25명이었다. 그간 증인신문 외에는 재판에서 별도 발언을 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던 이 대표는 이날 유례 없이 발언 기회를 얻어 재판 말미에 7분간 말을 이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주장이) 상식적인 입장에서 말이 되는 소리냐”며 “민간 사업자였던 사람들은 제가 혐오해 마지않는 부동산 투기세력들이고, 이들이 성남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게 저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다. 이들이 원하는 바를 단 한 개도 들어준 바가 없다”며 혐의를 직접 부인했다.

위례 신도시 의혹에 대해서는 “녹취록을 보면 제가 그들을 얼마나 혐오하는지 자기들끼리 스스로 이야기를 한다. 그들과 유착됐으면 조용히 수의 계약을 하지, 공개 입찰을 거쳤겠느냐”며 “검찰이 그런 기록을 다 가지고 있는데 제가 무슨 유착을 했다는 건지 피고인 입장을 떠나서 모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저에 대한 수사에 몇 년째 검사 수십명이 투입돼 수백번씩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도, 앞으로도, 제가 살아있는 한 (수사를) 계속하지 않겠나”고 비판했다.

대장동 관련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끝으로 “죄송하지만 재판장님께 청이 있다”며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정 전 실장을 “한 번 안아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정 전 실장의) 보석 조건 때문에 제가 전혀 접촉할 수 없다. 대화는 하지 않을 테니 신체 접촉을 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했다. 재판부가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고 하자, 이 대표는 재판이 끝난 뒤 정 전 실장의 등을 두드려주고 끌어안은 뒤 악수했다.

김정민·김정연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