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마원도 도쿄행…中갑부들 일본에 몰리는 이유[세계 한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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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유층들이 일본으로 잇달아 모여드는 이주 붐이 불고 있다. 사진은 일본 부동산업체 모리 빌딩이 개발한 '아자부다이 힐스 모리 JP 타워' 5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쿄 타워. 로이터 통신=연합뉴스

중국 부유층들이 일본으로 잇달아 모여드는 이주 붐이 불고 있다. 사진은 일본 부동산업체 모리 빌딩이 개발한 '아자부다이 힐스 모리 JP 타워' 5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쿄 타워. 로이터 통신=연합뉴스

최근 중국 부호들의 '일본 이주 붐'이 불고 있다고 일본 매체들이 전했다. 이주 붐이 불면서 일본에서 중국인 사업가나 연예인의 '이사 파티'가 종종 열린다고 일본 매체들은 전했다.

일본 잡지 겐다이(現代) 비즈니스 최신호에 따르면 중국 재력가들이 대거 일본으로 이주하면서 중국인 사업가나 연예인의 '이사 파티'가 종종 열리고 있다. 이사 파티에 초대받아 일본을 오가다가 실제 일본 거주를 위한 비자를 얻는 경우도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들 중국 부호 대부분은 일본에서 사업할 수 있는 '경영관리비자'를 딴다. 해당 비자 취득자는 지난해 1만6000명으로 2012년(4400명)에 비해 약 4배 늘었다. 지난해 일본에 장기 체류하는 중국인은 약 76만명이다.

마윈도 택한 장기체류지 일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59)도 도쿄행을 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마윈은 가족과 함께 6개월 이상 도쿄에 거주했다. 그는 미국·이스라엘 등을 여행하다가도 종종 일본으로 돌아와 머물렀다. 블룸버그통신은 마윈이 일본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와 약 20년간 파트너로 일한 덕에 일본과의 인연이 깊다고 전했다. 마윈은 지난 5월 도쿄대 초빙으로 도쿄 칼리지 객원교수로 초빙돼 기업가 정신에 대해 강연을 하기도 했다.

왕스보다 먼저 도쿄행을 택한 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마윈은 가족과 함께 6개월 이상 도쿄에 거주했다. AP=연합뉴스

왕스보다 먼저 도쿄행을 택한 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마윈은 가족과 함께 6개월 이상 도쿄에 거주했다. AP=연합뉴스

'코로나 봉쇄' 아픈 기억, 공동 부유 피해 일본행

왜 중국 부호들은 일본행을 택했을까. 우선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했던 '상하이 봉쇄'에서 얻은 경험이 꼽힌다. 매체는 "코로나 외의 질병에 걸린 사람은 구급차조차 부르지 못하는 상황 속에 중국 부자들은 '언제고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상하이 출신의 40대 사업가 왕밍(가명)은 지난해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2억엔(약 18억원)짜리 타워 맨션에 가족과 함께 입주했다. 그는 "상하이 봉쇄 후 중국에 사는 게 불안했고 딸의 미래도 걱정됐다"고 이주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현재 도쿄에 살면서, 중국 현지 업무는 원격으로 처리하고 있다. 왕밍은 "일본 와서 통역 겸 운전사를 월급 45만엔(약 408만원) 주고 고용했다"면서 "고급 식당도 상하이보다 싸고 맛있어 가성비가 좋다"고 전했다.

2021년부터 시진핑 국가 주석이 강조한 '공동 부유' 정책도 중국 부유층에 영향을 주고 있다. 빈부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는 공동 부유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대기업,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탈세 단속 등이 강화됐다. 부호들 입장에서는 무언의 압박으로 느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공산당 중앙 기자회견장에 한원슈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이 공동부유 방법론을 설명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중국공산당 중앙 기자회견장에 한원슈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이 공동부유 방법론을 설명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왕밍은 "많은 중국 부자가 당의 중요 행사에 참여하고 충성심을 보였는데도, 당은 회사 내 숨어있는 당원을 이용해 일상 생활까지 감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이 중국과의 거리도 가깝고, 아이가 혼자 외출해도 안심할 수 있을 만큼 치안이 안정됐다는 점도 일본행을 택한 이유로 꼽혔다.

엔화 약세에 "하오" 中자산가, 日부동산 매수  

이같은 이주 열풍에 20년만의 엔화 약세까지 겹쳐 중국 부호들 사이에선 일본 부동산을 사는 이가 늘었다. 3일(현지시각)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업체 CBRE의 헨리 친 아시아태평양 리서치 부문 총괄은 CNBC방송에 "일본 부동산에 황금기가 찾아왔다"면서 중국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부동산에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CBR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부동산의 외국인 투자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5% 늘었다.

도쿄 신주쿠의 주택 20㎡(약 6평)를 사려면 5년 전엔 150만 위안(약 2억7700만원)을 줬어야 했지만, 지금은 엔저 영향으로 110만 위안(약 2억원)이면 된다는 평가다. 부동산을 싸게 살 수 있는데다 투자 수익도 더 높은 편이다. 중국·대만의 도심 부동산 투자수익이 연 1~3%인데 반해 일본은 5%대여서 인기라는 설명이다.

자녀 교육과 접목하는 경우도 있다. 미나토구, 메구로구 등에 있는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면서 집도 근처에 장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내 국제학교 학생 100명 중 56명은 중국인"이란 말이 돈다. 중화권에서 이용하는 일본 부동산 소개앱 선쥐먀오쏸(神居秒算) 관계자는 "당분간 일본 이주를 희망하는 중국 부유층은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일본 도쿄 아자부힐스 가상도. 사진 모리빌딩.

일본 도쿄 아자부힐스 가상도. 사진 모리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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