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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도쿄서 가족과 반년째 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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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외부 활동이 거의 없었던 마윈이 도쿄 외곽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외부 활동이 거의 없었던 마윈이 도쿄 외곽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馬雲)이 약 6개월 전부터 가족과 함께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마윈은 개인 요리사와 경호원을 동반한 채 도쿄 외곽의 리조트에서 머물고 있다. 그는 도쿄 중심부와 교외에 있는 온천, 스키장 등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마윈이 일본에서 외부 활동을 하는 건 부유층 중국인들이 모이는 소규모 사교 모임 정도다. FT는 “마윈이 도쿄의 긴자와 비즈니스 거리인 마루노우치 금융가에서 열리는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며 “이 모임은 도쿄에 정착했거나 장기 체류 중인 부유층 중국인들이 갖는 사교의 장”이라고 했다.

일본을 체류하는 중에도 마윈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정기적으로 여행하기도 했다. 일본 현대미술 관계자는 FT에 “마윈이 수채화에 관심을 보이는 등 열성적인 미술품 컬렉터가 됐다”고 말했다.

마윈은 가난한 시골 영어 강사 출신으로 1999년 알리바바를 창업해 회사를 약 20년 만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시켰다. 이를 통해 중국 내에선 ‘자수성가의 상징’ ‘젊은이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20년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한 이후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해왔다. 당시 포럼에서 마윈은 “중국의 은행은 전당포식 운영을 하고 있다”며 중국 금융 당국의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로 인해 마윈과 알리바바는 이른바 ‘설화(舌禍)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 마윈의 발언을 중국 공산당에 대한 도전 행위로 받아들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세우며 알리바바를 비롯해 빅테크 기업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나섰다.

실제로 2020년 11월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는 홍콩·상하이 증시 상장 이틀 전에 돌연 취소됐다. 금융 당국과 인민은행은 같은 해 12월 앤트그룹에 “법률 준수 의식이 희박하다”며 “위법 대출을 포함한 금융 활동을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 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으라고도 했다. 지난해 4월엔 반독점법 위반 등으로 알리바바에 182억2800만위안(약 3조12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쳐오던 마윈은 당국의 압박이 들어오자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출국 금지설까지 돌던 마윈은 지난해 10월부터 홍콩과 스페인 등지에서 목격됐다. 지난 5월엔 자신의 고향인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를 방문했고, 7월에는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을 찾아 자신의 삶을 농업과 식량 문제에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윈이 일본 등 해외에 오래 머무는 방식을 택한 것은 중국 정치권의 압력과 당국의 엄격한 코로나19 방역정책을 피하려는 목적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월 말부터 5월까지 상하이를 비롯한 ‘창장(長江·양쯔강)삼각주’ 일대가 전면 봉쇄에 돌입하면서 주민들은 장기간 고강도 방역에 시달려야 했다.

FT는 “마윈이 중국을 떠난 것은 시진핑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 강화 시기와 맞물려 있다”며 “마윈은 해외 입국자에 대한 엄격한 격리 조치 등을 피하고, 중국 당국과의 관계가 악화한 이후 생겨난 골치 아픈 정치적 문제들을 피하려 해외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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