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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 7인 재산명세①] 고건 전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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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대권 고지를 향한 대선주자 7인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권력의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재산 문제는 그중에서도 통과 절차가 가장 높고 험하다. 대선 주자에게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재산 명세를 미리 점검했다.


7인 대선 주자들의 재산은 1다(多) 3중(中) 3소(小)로 요약된다. 1다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다. 공직자 재산등록 때 스스로 공개한 재산만 170억 원대로, 다른 주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그의 재산 중 가장 큰 비중은 부동산으로, 전체 재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95%를 웃돈다.

고 건 전 총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모두 10억 원은 넘고, 20억 원은 안 되는 재산을 신고해 3중 그룹을 형성했다. 3중 그룹의 공통 사항은 하나같이 재산가치에서 빛을 발하는 ‘똑똑한 집 한 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3중 그룹은 모두 서울 요지에 대지가 넓은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대선 주자 중에서 재산만으로 비교하면 3소 그룹에 해당한다. 3소 그룹의 재산은 5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이다. 3소 그룹은 수도권에 집은 있으나 이른바 블루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3인은 예금액이 1억~2억 원 사이로, 3중 그룹보다 절대액수가 많을뿐더러 비중도 훨씬 높은 것이 특징이다.

1. 고 건 전 총리
긴 공직생활에 비해 의외로 단출

고 건 전 총리의 재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서울 동숭동 자택이다. 대지가 424㎡로 꽤 넓은 편이다. 2006년 1월1일 기준 공시지가를 적용하면 시가가 27억 원을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고 건 전 총리는 아버지의 세 가지 가르침 중 술 마시는 것을 제외한 ‘남의 돈 받지 말라’와 ‘누구 사람이라고 찍히지 말라’는 두 가지는 잘 지켰다고 늘 자부해 왔다. 그래서인지 그의 재산 내역은 긴 공직생활에 비해 의외로 단출하다. 그가 밝힌 재산 합계는 14억5,000여 만 원이다.<표 참조>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자택이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다. 대지 424㎡(128평), 건평 262.68㎡(80평)인 2층 양옥이다. 참여정부에서 제35대 총리로 취임한 직후인 2003년 2월27일자 공개 기준으로 12억8,900여 만 원이다. 그러나 2006년 1월1일 기준 건교부 공시지가(㎡당 653만 원)를 적용하면 시가가 27억 원을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서울시장 재임시(1998년 7월~2002년 6월)에는 자택을 비워뒀다. 그러다 퇴임 직후인 2002년 하반기에 다른 사람에게 보증금 3억 원, 월세 550만 원(부가세 포함)에 임대했다. 임차자는 현재 그 자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 택지를 1983년 4월 구입했다. 서울대가 종합 캠퍼스를 조성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으로 옮겨가면서 기존의 서울문리대 캠퍼스를 택지로 조성한 곳 중 일부다.

불하받은 동숭동 택지, 효자로 변해

그는 대신 자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빌라를 전세로 얻어 살고 있다. 서울시장 퇴임 직후 입주한 서울 종로구 동숭동 광명빌라가 그것이다. 이 빌라는 넓이가 177.81㎡로 50평을 조금 넘는다. 전세 임차료는 3억 원으로, 자택 임대보증금과 같은 금액이다.

그는 또 서울 종로 5가에 개인 사무실을 두고 있다. 동숭동 자택에서 가까운 연지동 여전도회관 1014호다. 1991년부터 공직을 떠나 있을 때만 이용한다. 문 앞에는 ‘국제투명성본부 한국지부’라는 문패가 걸려 있다. 이 단체에서 고 건 전 총리가 맡고 있는 공식 직함은 고문이다. 이 사무실의 전체 임차 규모는 75㎡(22.68평)이나 실제 고 건 전 총리가 전용으로 쓰는 공간은 10평 남짓이다. 이 사무실의 임차보증금은 7,420만 원. 전액 고 건 전 총리가 부담했다.

▶ 고 건 전 총리의 서울 동숭동 자택. 2002년부터 보증금 3억원, 월세 550만원 에 임대해 음식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고 건 전 총리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조직 중에는 또 ‘미래와 경제’ ‘희망한국국민연대(약칭 희망연대)’ 등이 있다. 지난 3월14일 출범한 ‘미래와 경제’, 8월28일 깃발을 올린 ‘희망연대’에 대해 고 건 전 총리 측은 그 성격을 “순수한 시민운동단체”라고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두 단체는 고 건 전 총리의 대선 행보를 뒷받침하는 ‘경제적 비전을 제시할 싱크탱크’(미래와 경제), ‘정치개혁을 주도할 대중조직’(희망연대)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희망연대는 서울 종로구 인의동 인의빌딩 1층 60여 평 사무실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해 고 건 전 총리의 개인 재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고 건 전 총리 소유 부동산 중에는 임야도 있다. 660㎡(200평) 넓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송천리 산 122번지로, 가족묘지다. 2004년 6월25일 98세를 일기로 타계한 아버지 고 고형곤 박사를 모시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118만여 원에 취득한 이곳에 이듬해에는 용미리 납골당에 모셨던 어머니의 유골도 이장해 합장했다.

그의 부친이 남긴 재산은 경기도 평촌에 있던 아파트 한 채를 매각한 대금 4억2,500만 원이었다. 그중 고인이 병원비, 간병인 인건비 등으로 7,000여 만 원, 장례비로 6,500여 만 원을 사용했다. 나머지 유산 2억9,000만 원은 고 건 전 총리를 포함한 3자녀가 3,000만 원씩 균등분할해 상속했고, ‘상대적으로 생활이 가장 어려운 형제’ 1명에게는 그 중 1억 원을 물려주었다. 나머지 1억 원은 청송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청송은 고 고형곤 박사의 아호다.

청송장학재단은 부친 작고 이듬해인 2005년 1월 부친의 고향인 군산(구 옥구군)에서 현지 유지들과 뜻을 모아 설립했다. 청송장학회는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시절(군산-옥구) 자신이 사재 2억 원을 털어 설립했던 군산개발장학회의 남은 1억 원의 자산이 바탕이 됐다. 청송장학회는 공익재단이므로 그의 재산은 아니다.

그의 예금 총액은 11월9일 현재 9,087만여 원이다. 예금은 2003년 2월27일 공개된 재산신고 때 1,269만여 원, 2004년 2월27일자 재산공개 때 2,796만여 원보다 많이 늘었다. 그 이유를 그는 “급여 저축 및 월세 세입금 예금”이라고 밝혔다. 예금 속에는 “부모님 묘소 관리에 사용할 예정”으로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3,000만 원도 들어 있다.

그의 재산 중 아주 특별한 것은 현대아산 주식 300주다. 비상장 주식으로 2005년 11월 210만 원에 매입해 ‘생애 처음’ 주주가 됐다. 그가 이 주식을 소유한 이유에 대해 한 측근은 “주식투자가 아니라 대북 관계 변화의 흐름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주식으로 생각해 이를 알 수 있는 지표로 삼고자 매입했다”고 밝혔다.

2003년 2월27일 공개된 고 건 전 총리의 신고 재산은 35억6,478만 원으로 ‘상당한 재산가’로 꼽힐 만했다. 그러나 이는 직계 존비속 관계인 당시 생존했던 부친과 세 아들의 재산 21억7,465만여 원을 합산한 결과였다. 이를 빼고 나면 현재의 신고 재산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동숭동 자택을 2006년 1월1일 공시지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29억3,707만여 원으로 2배로 늘어난다.

재산평가의 전제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점은 등록 부동산 가격에 시세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행 공직자 재산 신고 법규의 맹점 때문이다. 신고기간에 아파트를 포함한 부동산의 매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굳이 변동된 시세로 신고하지 않아도 되도록 돼 있다. 이 점이 대선 주자들의 재산을 가늠하고 비교하는 데도 커다란 애로로 작용했다. 그래서 대지의 재산가치는 가능한 한 2006년 1월1일자 건설교통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삼았고, 아파트의 경우 비교적 공신력이 있는 국민은행 제공 ‘KB 아파트 시세’를 참고해 대선 주자들의 재산을 재평가했다.<편집자>

윤석진_월간중앙 차장 [gr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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