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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은메달 딴 '양궁 동호인' 주재훈 "또 국대? 잘릴 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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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컴파운드 혼성전 결승에서 활을 쏘는 주재훈. 장진영 기자

아시안게임 컴파운드 혼성전 결승에서 활을 쏘는 주재훈. 장진영 기자

'청원경찰 궁사' 주재훈(31·한국수력원자력)이 은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따낸 귀한 메달이었다.

주재훈은 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컴파운드 양궁 혼성전 결승에서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조티 수레카 벤남(인도) 조에 158-159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주재훈은 실업이나 대학팀 소속이 아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이라고 표기됐지만, 양궁단이 아닌 직장이다. 양궁 동호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주재훈은대학생이던 2016년 컴파운드 양궁 동호회에 가입했고, 뛰어난 성적을 냈다. 꾸준히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주재훈은 올해 다섯 번째 도전 끝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컴파운드는 도르래와 조준경이 달린 기계식 활을 쓰는 종목이다. 컴파운드는 올림픽에선 아직 정식종목이 되지 못했으나, 아시안게임에만 채택됐다. 그러다 보니 리커브에 비해 선수층이 얇다. 하지만 동호인이 선발전을 뚫은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아시안게임 컴파운드 혼성전 은메달을 따낸 소채원(왼쪽)과 주재훈. 장진영 기자

아시안게임 컴파운드 혼성전 은메달을 따낸 소채원(왼쪽)과 주재훈. 장진영 기자

주재훈은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라 엘리트 선수들의 훈련은 잘 안 맞았다. 동영상을 통해 외국 선수들의 자세와 장비 튜닝법, 멘털 관리 노하우 등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청원경찰인 주재훈은 대표팀 합숙과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무급 휴직을 냈다. 다행히 아내가 주재훈을 이해해준 덕분에 아시안게임까지 나설 수 있게 됐다. 1일 랭킹 라운드 1위에 오른 주재훈은 개인전 동메달결정전에 진출한 데 이어 혼성전 은메달까지 따냈다.

주재훈은 "은메달의 영광을 가족, 경북 울진의 지역사회분들, 회사 관계자분들께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진급과 은메달 중 하나만 고르라면 뭘 고르겠느냐고 묻자 주재훈은 "정말 고르기 어렵지만 은메달"이라면서도 "아내 생각은 좀 다를 것 같다"고 했다.

주재훈은 퇴근 후에만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했다. 그는 "보통 6발을 쏘면 15분이 걸리는데, 난 5분 안에 쐈다. 나만의 압축 훈련 방식이었다. 훈련을 충분히 내 나름대로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재훈의 국제무대 도전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 주재훈은 "내년에도 또 국가대표에 도전하면 회사에서 잘릴 것 같다. 2026년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 종목이 되면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주재훈은 남자 단체전에서는 금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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