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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재무장관 "최저임금 인상…공무원 수 6만여 명 감축"

중앙일보

입력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이 최저 임금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사회복지 제도의 체질 개선에 나서는 한편 공무원 수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20년 규모에 맞춰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집권 보수당의 연례 전당대회에서 헌트 장관은 23세 이상 근로자가 받는 법정 최저 임금을 내년 4월부터 시간당 11파운드(약 1만8000원)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10.42파운드(약 1만7000원)다. 그는 이번 조치로 영국 노동자 200만 명이 임금 상승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영국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영국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저임금 올리고 공무원 감원

이날 헌트 장관은 “우리는 더 큰 국가가 아닌 더 생산적인 국가가 필요하다”면서 “리시 수낵 정부는 국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릴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저 임금 인상과 함께, 사회복지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복지제도 운영) 상황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최근 해마다 약 10만여 명이 ‘혜택 받는 삶’을 위해 노동 시장을 떠난다”고 설명했다.

헌트 장관은 “지난해 처음으로 세금이나 국민보험을 한푼도 내지 않고 한달에 1000파운드(약 164만7000원)씩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사다리가 있고, 그 사다리 아래엔 아무도 떨어지지 않을 안전망이 있는 나라에 사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사회적 안전망은 세금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수 감축 계획도 밝혔다. 헌트 장관은 공무원 수를 팬데믹 이전 규모로 되돌리기 위해 일단 공무원 채용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공무원 수 감축이 국가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개혁의 일부이며, 이를 통해 연간 10억 파운드(약 1조6500억원)의 국가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영국 공무원 수는 45만7000명이다. 헌트 장관은 약 15%(6만3000명)를 감축해 39만4000명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매체는 공무원에 대한 강제 해고 계획은 없지만, 면밀한 직원 평가를 통해 감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감세는 인플레 자극"

다만 집권 보수당 내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는 감세에 대해선 “시기상조”,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면서 선을 그었다. 헌트 장관은 “세금 수준이 너무 높다”고 인정하면서도 “가정에 물가보다 더 큰 상처를 주는 건 없으며, 감세는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영국의 세율은 국내총생산(GDP)의 33.5%로 195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영국 재정연구소(IFS)는 2019년 이후 가구당 세금 부담이 3500파운드(약 580만원) 늘어났으며, 다음 총선까지 영국의 세금이 GDP의 약 37%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이날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감세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며 지지 당원들의 환호를 받았다. 트러스 전 총리는 헌트 장관의 기조연설이 있기 90분 전에 전당대회 메인 행사장이 아닌 주변부 프로그램에 참여해 연단에 올랐다. 그는 법인세율 19% 인하, 셰일가스 수압파쇄공법 추출(프래킹) 공법 금지 해제 등을 주장하며 수낵 총리의 정책을 뒤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해 총리직에 올랐다가 역대 최대 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뒤 금융시장 대 혼란을 초래하고 49일 만에 불명예 사퇴했다.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영국 보수당 전당대회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영국 보수당 전당대회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집권 보수당이 2025년 1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경기 침체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수낵 총리의 인기가 하락하자, 후임을 노리는 보수당 내 인사들이 ‘최저 임금’ ‘공무원 감원’ ‘감세’ 등 당원의 눈길을 끌만한 정책을 들고 나와 세 불리기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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