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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수낵 등판, Fed 속도조절론…미 국채금리 모처럼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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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끝없이 치솟던 미국 국채 금리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영국의 신임 총리로 ‘재무통’인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등판한 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Fed 피벗(pivot·태세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연 4.052%까지 떨어지며 저점을 낮췄다. 전날 기록했던 10월 고점(4.291%)보다 0.2%포인트 넘게 하락한 수치다. 올 초만 해도 연 1.6%대였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Fed의 공격적인 긴축과 함께 덩달아 튀어 올랐다. 지난 20일에는 세계금융위기 당시던 2008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연 4.2%대를 돌파하면서 시장을 불안에 빠뜨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우선 미 국채 금리를 끌어내린 데에는 영국의 신임 총리인 수낵의 영향이 컸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지난달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파운드화 가치 폭락과 국채 금리 폭등 등 영국과 세계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었다. 하지만 44일 만에 물러난 트러스의 후임으로 수낵이 등판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수낵 총리는 대대적인 정책 노선 변화를 예고하는 한편 기존 내각을 유임하는 등 불확실성 완화에 집중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연 4%대를 웃돌던 1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는 이날 3.6%대까지 내려갔고,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당 1.15달러까지 뛰는 등 회복세를 보인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 내에서는 주택 가격 하락이 국채 금리 오름세를 꺾은 숨은 공신 중 하나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를 측정하는 8월 스탠더드앤푸어(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9% 하락했다. 10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전환한 지난 7월 이후 2개월 연속 하락이다. 하락 폭도 7월(-0.2%)보다 커졌다. 미국 집값 하락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오른 영향이 크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올해 초 연 3%대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최근 연 7%대를 돌파했다. 담보를 끼고 집을 산 보통의 미국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커지고 있단 의미다.

상황이 이러니 Fed의 속도조절론이 조금씩 나온다. 역시 국채 금리 상승세를 꺾는 중요 요소다. 시장은 다음 달 1~2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지만, 12월 FOMC에서는 0.5%포인트 인상 정도로 긴축의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시장 전망이 바뀐 데는 지난 21일 “정책 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려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앞서 Fed 인사들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전까지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없다”며 연일 매파적 발언을 쏟아낼 당시 국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다만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만큼 미국 국채 금리가 언제든지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일 다음 달 FOMC 회의에서 다시 긴축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오거나 10월 물가 상승률이 쇼크를 보이면 국채 금리는 다시 올라갈 수 있다”면서 “국채 유동성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불안정성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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