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英 재정 88조원 확충안 발표 "에너지 업체에 횡재세 걷겠다"

중앙일보

입력

영국이 에너지 업체에 '횡재세'를 걷고 공공 지출을 축소해 재정을 550억 파운드(약 88조원) 확충하기로 했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50년 만의 최대 규모 감세안을 내놓은 지 8주 만에 경제 방향을 정반대로 튼 것이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이 11월 17일(현지시간) 예산안 발표를 위해 다우닝 스트리트를 떠나 의회로 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이 11월 17일(현지시간) 예산안 발표를 위해 다우닝 스트리트를 떠나 의회로 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하원에 출석해 증세와 공공지출 삭감을 통해 550억 파운드의 세수를 벌충하는 예산안을 발표했다.

영국 언론들은 증세로 250억 파운드(약 40조원), 지출 삭감으로 300억 파운드(약 48조원)를 충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헌트 장관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면서 정부 부채를 줄이고, 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한 예산안"이라고 밝혔다.

우선 에너지 업체에 2028년 3월까지 일시적으로 횡재세가 부과된다.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역대 최고급 실적을 낸 석유업체들이 대상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전기·가스 업체는 세율이 25%에서 35%로 올라간다. 횡재세 도입을 통해 영국 정부는 내년 140억 파운드(약 22조원)의 세수를 거둬들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헌트 장관은 영국 에너지 수요를 15% 줄이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그는 "에너지 효율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예정이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60억 파운드 규모의 자금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17일 하원에서 G20 서밋과 관련해 보고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17일 하원에서 G20 서밋과 관련해 보고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또 소득세 최고세율 시작점을 연 소득 15만 파운드(약 2억4000만원)에서 12만5000파운드(약 2억원)로 낮추고 전체적으로 과세 구간을 2028년까지 고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최고세율 과세 대상이 늘고 소득세가 더 많이 걷히게 된다.

헌트 장관은 이번 예산안의 목표는 생계비 위기를 해결하고 경제를 재건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안정, 성장, 공공서비스에 중점을 뒀다고 발표했다.

특히 그는 에너지·식품 가격이 오르면서 덩달아 뛴 물가 상승세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1.1% 상승해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산책임청에 따르면 영국 경제 성장률은 내년 -1.4%로 지난 3월 전망치(1.8%)보다 크게 부진할 것으로 봤다.

영국 물가상승률은 올해 9.1%에서 내년 7.4%로 내려가지만, 실업률은 현재 3.6%에서 2024년 4.9%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긴축 충격에 대한 우려와 관련, "취약 계층을 보호할 것이다"면서 "우리는 연민을 가진 정부"라고 강조했다.

영국 보수당 연례 회의에 참석한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 그는 취임한 지 40여일만에 물러났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보수당 연례 회의에 참석한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 그는 취임한 지 40여일만에 물러났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헌트 장관은 트러스 전 총리와 쿼지 콰텡 전 재무장관의 미니예산과 관련, "성장을 우선시한 것은 옳았지만,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감세는 위험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트러스 전 총리는 지난 9월 23일 50년 만에 최대 규모 감세안이 담긴 '미니 예산'을 발표했으나 재정 전망을 내놓지 않아 시장 신뢰를 잃고 금융 시장 대혼란을 야기했다. 그는 취임한지 40여일만에 물러났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