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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명과 사탕 포장지 수출 시작" 매출 6000억 이 회사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영산그룹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영산그룹

“해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신용입니다. 내가 여유 있을 때 도와주는 것보다 남이 어려울 때 함께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 인터뷰

유럽의 대표 한상(韓商)으로 불리는 박종범(66) 영산그룹 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영산그룹은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두고 자동차 부품과 타이어 등을 수입하면서,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러시아·우크라이나·슬로바키아 수출을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6000억원이다. 한국‧러시아‧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 등 20개국에서 28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임직원은 3000여 명에 이른다.

그가 문화와 예술의 나라인 오스트리아에서 사업을 하게 된 것은 1996년 기아자동차(현 기아) 법인장으로 파견된 것이 계기였다. 현지에서 2년 넘게 근무하던 중 외환위기 사태가 터졌고, 기아차가 직격탄을 맞았다. 귀국 지시를 받았지만 그는 현지에 남았다. 이듬해 7월엔 자본금 1억원을 마련하고, 직원 1명을 데리고 무역회사를 차렸다. 광주광역시 영산강 인근에서 태어난 것을 잊지 못해 회사 이름을 ‘영산(靈山)’으로 정했다.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뿌리는 잊지 않겠다는 뜻에서다.

전북 완주군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영산그룹 전주 2공장 전경. 사진 영산그룹

전북 완주군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영산그룹 전주 2공장 전경. 사진 영산그룹

한국산 사탕 포장지를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첫 수출 품목인) 사탕 포장지에 품질 문제가 생겼어요. 한국 수출 업체가 잠적해 피해액을 2년 동안 고스란히 메운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 악물고 버텼지요. 이때 고생을 기반으로 상대방과 신뢰를 쌓아갔습니다.”

그러면서 기아차 근무 경력을 살려 자동차 부품으로 중개 물품을 확대했다. 2005년에는 오스트리아 현지 은행을 설득해 동유럽 자동차 영업사원들이 한국차를 수입하는데 도움을 줬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이 승용차와 달리 버스나 트럭은 왼쪽‧오른쪽 운전대를 따로 만들지 않는 데다 부속품은 세금이 낮다는 점에 착안해 동유럽에 부품을 조립하고, 상용차를 개조하는 공장을 직접 차린 것이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을 통해 한때는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기차 부품과 풍력발전기 장비 분야에서 사업을 키우고 있다. 박 회장은 “요즘도 한 달에 20번 이상 비행기를 타고, 1년 200일 이상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한다”고 소개했다.

한편으론 사업을 처음 시작했던 우크라이나에서 최근 전쟁 때문에 고국을 탈출한 난민에게 인근 슬로바키아 공장을 통해 일자리와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초창기에 도움을 줬던 우크라이나 수입상에게는 요즘도 영어로 “잘 살아 있나요(Are you still alive)”라고 농담을 하면서 안부를 묻는다. 박 회장은 “돈을 바라보고 달려가면 돈이 도망가지만, 꿈과 일을 좇으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말했다.

영산그룹이 2016년 아프리카 알제리아에 세운 자동차 부품 조립 공장. 사진 영산그룹

영산그룹이 2016년 아프리카 알제리아에 세운 자동차 부품 조립 공장. 사진 영산그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주오스트리아 대사 시절이던 1999년 창단한 한-오스트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20년 넘게 후원하고 있다. 배우자인 송효숙(62)씨는 한국과 유럽의 클래식 음악 가교 역할을 하는 문화예술기획사 ‘월드컬처네트워크(WCN)’를 이끌고 있다. 송씨는 “남편이 따뜻하고 정이 많아 무엇이든지 넘치도록 베푸는 걸 좋아한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차기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 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월드옥타는 68개국, 143개 지회에 소속된 정회원 7000여 명과 차세대 경제인 2만1000여 명 등이 참여하는 재외동포 최대 규모의 경제단체다. 박 회장은 “미·중 패권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동포 기업인으로서 발전적 역할을 찾고, 또 해외 진출을 바라는 한국 중소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영산그룹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영산그룹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은

▶1957년 광주광역시 출생 ▶조선대 경영학과 졸업 ▶1996~1998년 기아자동차 오스트리아 법인장 ▶1999년 영산그룹 설립 ▶2011~2016년 제13·14대 유럽한인총연합회장 ▶2016~2021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유럽·중동·아프리카 담당 부의장 ▶2017년 월드옥타 상임이사 ▶2012~2023년 한국·오스트리아 친선협회 수석부회장 ▶2023년 한국·오스트리아 친선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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