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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다 졌는데 4강 '홍콩 미스터리'…감독은 K리그 그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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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 이란을 꺾은 홍콩 축구. 신화=연합뉴스

강호 이란을 꺾은 홍콩 축구. 신화=연합뉴스

조별리그에서 전패를 기록하고도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을 눈앞에 둔 팀이 있다. 바로 홍콩 축구대표팀이다.

홍콩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에 진출했다. 일본과 결승행을 다툰다. 축구 팬이라면 '홍콩의 4강행'은 낯선 일이다. 홍콩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8위다. 축구 변방으로 아시아 지역 대회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콩이 4강까지 올라온 과정을 들여다 보면 더 놀랍다. '미스터리'에 가깝다.

홍콩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2전 전패를 당했다. 사연은 이렇다. 홍콩은 이번 대회에서 우즈베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와 조별리그 C조에 편성됐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가 대회 막판에 불참하면서 C조에는 우즈베키스탄과 홍콩만 남게 됐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조 편성을 다시 하지 않고, C조는 우즈베키스탄과 홍콩이 두 차례 맞대결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C조는 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우즈베키스탄과 홍콩 모두 16강에 오르는 사실상의 '특혜'를 받은 것이다.

다른 조는 4개 팀이 조 2위 안에 들기 위해 조별리그부터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반면 우즈베키스탄과 홍콩은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덕분에 연습 경기하듯 조별리그 경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치렀다. 홍콩은 우즈베키스탄과 두 차례 경기에서 0-1, 1-2로 모두 패하고도 16강에 올랐다.

홍콩을 이끄는 북한,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 출신 안데르센 감독. 연합뉴스

홍콩을 이끄는 북한,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 출신 안데르센 감독. 연합뉴스

대진 운도 따랐다. 홍콩은 16강에 오른 나라 가운데 비교적 전력이 떨어지는 D조 2위 팔레스타인을 만나 1-0으로 이기고 8강에 합류했다. 물론 실력을 발휘한 순간도 있었다. 홍콩은 8강에서 아시아의 강호 이란을 1-0으로 꺾는 이변을 썼다. 이란은 FIFA 랭킹 21위로 아시아에서 일본(19위) 다음으로 높은 순위에 있는 나라다. 우승 후보였다. 1951년 1회 아시안게임부터 홍콩이 남자 축구 4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8강은 1958년 이후 무려 65년 만이다.

홍콩의 감독은 한국 축구 팬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 사령탑을 맡은 뒤, 2018년에는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지휘봉을 잡았던 예른 안데르센(노르웨이)이다. 안데르센 감독은 4일 일본과 준결승을 앞두고 "일본에는 재능이 있는 선수가 많이 있다"며 "하지만 좀 더 강하게 몸싸움하며 상대한다면 비교적 어린 선수가 많은 일본을 상대로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홍콩-일본전 승자는 한국-우즈베키스탄 경기 승자와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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