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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사태' 조롱?…러시아 "미·유럽 우크라 피로감 커질 것"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크렘린궁은 “미국과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피로감이 더 커져 결국 분열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의회 회의 개막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의회 회의 개막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 연합뉴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일(현시시간)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정권에 대한 터무니없는 재정 지원으로 인한 피로감이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에서 더 커질 것”이라며 “이러한 피로감은 정치권의 분열을 일으키고 논란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크렘린궁의 지적은 미국 연방의회가 정부 업무 중단을 의미하는 ‘셧다운’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제외한 임시예산안을 처리한 것과 관련한 러시아의 공식 입장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어 미국 의회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제외한 것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며 “미국은 분명히 분쟁 개입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주장은 미국 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이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를 의도적으로 내포한 말로 해석된다.

실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야당인 공화당을 향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시급히 처리해달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미국의 정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번에 처리된 임시예산안은 45일짜리로, 다음달 17일까지만 유효하다. 셧다운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45일 안에 재차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미국 하원의 강력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화당 내 소수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논란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

유럽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장 강력한 지원국을 자처해왔던 폴란드에서는 오는 15일 총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지원을 지속해온 여당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또 지난달 30일 치러진 슬로바키아 총선에선 ‘친러ㆍ반미’ 성향 야당인 사회민주당(SDㆍ스메르)이 1위를 차지했다. SD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도발해 현 사태를 자초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에도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러한 기류에 대해 크렘린궁은 “유럽에서 자국의 주권과 이익을 보호하려는 거의 모든 정치인은 ‘친러시아’라고 불리는데,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슬로바키아 총선 결과 등이 친러와 무관한 자연스러운 피로감의 노출이란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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