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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 11년 '엉뚱한 효과'...덕본 건 따로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석을 앞둔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을 앞둔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정책을 시행한 지난 11년 동안 예상과 다른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책 도입 목표였던 전통시장 살리는 효과는 미미했고, 전자상거래(이커머스)가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분석이다.

김지향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의원(국민의힘·영등포4)은 최근 서울연구원에 의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후 서울시민 소비 행위를 분석했다. 분석 데이터는 크게 3가지다. 신용카드를 사용해 종합소매업종 매장에서 소비자가 지출한 금액과 종합소매업종 매장의 매출, 그리고 소비자 설문조사다.

엉뚱한 효과 낳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가공식품 코너 모습.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가공식품 코너 모습. [뉴스1]

우선 2019년 연말까지만 해도 온라인 매장보다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많았던 유통업계 매출 규모가 역전됐다. 코로나19 유행기(2020년 2월~2022년 12월) 이후 온라인 매장 매출 규모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63.7%나 늘면서, 오프라인 지출 규모를 뛰어넘은 것이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매장 지출 규모 증가율은 21.0%였다.

흥미로운 부분은 매월 2·4주 일요일 소비액을 집계한 통계다. 정부는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일을 시행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 대형마트는 매월 2·4주 일요일마다 의무적으로 쉬도록 했다.

연구진은 오프라인 지출 비율이 5년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오르거나 내린 소비자 2157명을 골라 설문조사 했다. 그 결과 이들은 주로 오프라인 지출을 줄인 대신 이커머스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식품을 살 때는 쿠팡·마켓컬리 등 온라인 마트를 가장 선호했고(31.5%), 공산품 등 비식품을 살 땐 네이버·G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을 가장 많이 택했다(39.1%).

공산품은 온라인 쇼핑몰, 식품은 온라인 마트 택해

지난해 대비 소폭 상승한 올해 추석 차례상 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지난해 대비 소폭 상승한 올해 추석 차례상 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문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정책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매장 지출을 크게 줄이는 대신 전통시장을 택한 소비자 비중은 1.1%(비식품)~3.3%(식품)에 불과했고, 골목상권에 있는 소매점을 택한 소비자 비중도 1.8%(비식품)~2.2%(식품)에 그쳤다.

서울연구원은 “오프라인 매장 지출을 줄인 서울 소비자는 식품을 고를 땐 배송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온라인 마트를 선호했고, 비식품 분야에선 상품이 다양하고 가격 비교가 쉽다는 점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골랐다”며 “가격·접근성·다양성 측면에서 아무래도 전통시장·골목상권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 직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추석 연휴 직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오히려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 개점을 장려해야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도 있다. 정환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유통학회장)에 따르면, 대형마트 1개가 생기면 음식점 종사자가 183.62명 증가하고 종합소매업종 종사자 수가 29.39명 증가한다. 또 SSM 1개가 등장하면 식료품 소매점포가 1.94개, 음식점 수가 12.61개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대형마트·SSM 개점이 오히려 주변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또 서울시의회 조사에 따르면 2019년 423개였던 오프라인 대형마트 매장이 올해 401개로 감소하면서 약 일자리 3만개가 사라졌다.

김지향 의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효과가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온라인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 등 이커머스 시장만 확대하는 결과를 유발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달라진 소비 패턴을 고려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거나 전통시장·골목상권 지원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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