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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화영 부인 통해 회유" 이재명 배후 의심…李측 거센 반발 [이재명 영장심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9시간 넘게 이어진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 우려 등 쟁점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단식 여파로 지팡이를 짚으며 법정에 들어선 이 대표는 “검찰의 정치 수사”라고 비판하며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청사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청사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7분부터 오후 7시23분까지 9시간16분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백현동 개발 특혜→쌍방울 대북송금→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순차적으로 심문이 이뤄졌다. 이 대표는 영장심사가 끝나고 미음을 먹은 뒤 오후 7시49분 법원을 나서 영장발부 여부를 기다리기 위해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비틀거리던 李, 법정에선 “검찰의 정치 수사” 항변

오전에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검찰과 이 대표 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에서는 앞서 법원에 제출한 약 1500쪽 분량의 의견서를 바탕으로 500여쪽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를 준비해왔다. 백현동 의혹을 수사한 최재순 현 공주지청장(사법연수원 37기)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한 김영남(34기)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 등 10여명의 검사가 참석했다. 이 대표 측에서는 고검장 출신 박균택(21기) 변호사, 부장판사 출신의 김종근(18기)·이승엽(27기) 변호사 등 6명이 나왔다.

검찰은 ‘권력형 지역토착비리’라는 구조 속에서 이 대표가 브로커 김인섭 씨와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줬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반면 이 대표는 심문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을 향해 날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에 들어올 때는 지팡이를 짚으며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심문 중에는 검찰 수사를 정치적인 목적에 의한 수사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각 혐의를 조목조목 부인했다는 것이다. 특히 백현동 개발사업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김씨와 유착 관계를 부인하며, 민간업자 기부채납을 통해 개발이익을 충분히 환수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점심식사와 휴식을 위해 낮 12시40분부터 오후 1시10분까지 30분간 휴정했다. 이 대표는 단식 후 회복을 위해 병원에서 가져온 미음을 법정 안에서 먹었다고 한다. 법정 밖에서는 이 대표의 건강 악화에 대비해 의료진도 대기했다.

오후에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심리가 이어졌다. 검찰은 경기도의 대북사업이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 강화를 위해 추진됐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쌍방울그룹을 통한 불법 송금에 대해 17차례나 보고받고 “잘 진행하면 좋겠다”라고 말한 부분 등 이 대표의 직간접적인 관여에 대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이 공개됐다.

그래픽=정근영 디자이너

그래픽=정근영 디자이너

檢 "이 대표 지시로 공문 유출"…증거인멸 강조

이 대표는 전반적으로 기력이 떨어져 보였지만 지난 9일 수원지검에 출석했을 때 준비했던 8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 내용과 동일하게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거나 방북과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혐의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박균택 변호사는 휴정 중 기자들과 만나 “판사가 물어보면 (이 대표가) 보충 질의하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팽팽한 공방을 이어가던 검찰과 이 대표 측은 구속의 타당성을 놓고 거세게 충돌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검사 사칭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김병량 전 성남시장 비서 출신 김모씨에게 위증을 부탁한 녹음파일도 공개하는 등 이 대표의 증거인멸 전력을 강조했다. 특히 경기지사 시절 작성된 방북 초청과 UN 대북제재 면제 등의 공문서를 당 대표 비서실 직원을 통해 불법 유출한 과정에 이 대표의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도 새롭게 공개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북 송금의 책임을 이 전 부지사와 경기도 공무원에게 떠넘기는 등 수사 대비를 위해 5건의 경기도 문건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화영 전 부지사를 겨냥한 민주당과 이 대표 측의 조직적인 회유 시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지난 7월 이 전 부지사의 아내인 백모 씨와 민주당 인사들이 수원구치소에서 이 전 부지사를 접견하면서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민주당 인사들이 “위에서 ‘검찰이 탄압해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취지의 옥중 서신을 써달라고 한다” 등의 발언이 포함된 접견기록이다. 검찰은 대화에서 언급된 ‘위’가 이 대표를 뜻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지난 7월 이 전 부지사 접견 전후로 백씨가 민주당 박찬대·안민석·주철현 의원과 현근택·김광민 변호사 등과 16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도 공개했다. 민주당 차원에서 조직적인 회유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되면 끊임없이 주변인을 통해 증거인멸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 측은 이에 대해 그동안 검찰 소환조사에 6차례 응하며 수사에 협조해온 점, 제1야당 대표로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 박균택 변호사는 이날 영장실질심사가 끝나고 “증거인멸 문제에 대해선 2개 검찰청이 1년 반에 걸쳐 광범위한 수사를 했지 않나.  그래서 인멸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고, 법리상 죄 자체가 안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증거인멸의 우려까지 갈 필요도 없다는 점을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를 회유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피의자 측’이 그렇게 했다는 표현을 쓰는데, 피의자(이재명 대표)가 했다는 것이 아니지 않나. 주변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대표가 관여했다는 증거는 되지 못했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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