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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팡이 짚고 출석…과거 박근혜 땐 "부인하니 더 구속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지팡이에 의지한 채 걸어서 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청사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청사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분쯤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차량에서 내린 이 대표는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왼손으로 ‘국회’가 적힌 검정색 장우산을 쓴 채로 법원 서관 출입구 앞 약 15m를 천천히 걸어서 통과했다. 기자들이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어떻게 방어할 건가” “김인섭씨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제인가” 등을 물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날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삼거리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출근길에 비까지 내린 가운데 평소보다 적은 200명가량이 모였다. 트럭 연단에 오른 사회자가 “박수 좀 쳐주세요. 오늘 박수에 인색한 데요”라고 요구할 정도로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다. 지지자들은 경찰이 쳐놓은 펜스 앞에 붙어 ‘민주주의 지켜내자’, ‘정적제거 중단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흔들며 “이재명, 이재명”을 연호했다. 그 뒤에선 보수 유튜버가 고출력 스피커로 “이재명 구속, 싹 다 구속” 구호를 틀어놓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법원 대신 이 대표가 단식 회복 치료를 받아온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이 대표를 배웅했다. 오전 8시 30분 천준호 비서실장의 부축을 받으며 지팡이를 짚고 걸어 나온 이 대표는 병원 입구에서 대기하던 정청래·박찬대·고민정·서영교·서은숙 최고위원과 조정식 사무총장,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김영진 정무조정실장, 박홍근·조오섭 의원 등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발걸음을 옮기던 중엔 두어 차례 휘청이기도 했다. 병원 앞 지지자들이 “힘내시라”고 소리쳤고, 이 대표는 차량에 오르기 전 그들에게 왼손을 들어 보였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7월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히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연합뉴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7월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히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연합뉴스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면서, 과거 이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 직전 했던 발언도 다시 회자했다. 이 대표는 2018년 3월 16일 페이스북에 ‘MB가 구속되어야 할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민주공화국에서 전 대통령이라고 차별하면 안 된다”고 적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심사가 열렸던 2017년 3월 30일엔 CBS 라디오에 출연해 “부인하니까 더 구속해야 한다”면서 “뇌물죄 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이 충분히 의심된다. 증거인멸 우려만 있어도 구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 영장심사에 대한 당내 기류는 엇갈렸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유시민씨나 일부 당내 사람들도 ‘옥중결재, 옥중공천해야 한다’라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나. 너무 상식에 반하는 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표직에서) 사퇴를 할 이유도 별로 없고, 정치 검찰의 행태가 옳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 당의 판단”이라며 “이재명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총선을 치르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 보는데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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