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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시대 끝났다'던 페미니스트, 이번엔 "남자를 어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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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틀린 모란이 자신의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기념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Caitlin Moran Instagram]

케이틀린 모란이 자신의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기념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Caitlin Moran Instagram]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는 공저로 '도발의 아이콘'이 된 영미권의 대표적 페미니스트 작가, 케이틀린 모란이 신작을 냈다. 이번 책의 제목은 『남자를 어쩌지?(What About Men?)』이다. 뉴욕타임스(NYT) 25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모란은 "여성을 위한 평등을 목표로 사회가 정당한 변화를 해오는 동안, 정작 남자들의 변화에 대해선 '남자들은 그냥 알아서들 적응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특히 젊은 남성은 피해의식을 갖게 되고, '다시 남자가 지배하는 세상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대뿐 아니라 남녀 갈등이 일상이 된 한국에도 울림이 큰 목소리다.

흥미로운 건 NYT의 남성 기자가 모란에게 도발적 질문을 던지고 모란은 반박 또는 설득을 하는 방식의 인터뷰라는 점이다. NYT가 "남성은 '감정에 서툴고 록밴드 T셔츠를 즐겨 입는다'는 식의 특정 이미지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모란은 "주류 작가로서의 내 역할은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걸 쓰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지만 실재하는 팩트들을 꺼내어 동조 또는 반감을 사게 하는 것"이라 답하는 식이다.

케이틀린 모란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최근 북 투어 사진. [Caitlin Moran Instagram]

케이틀린 모란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최근 북 투어 사진. [Caitlin Moran Instagram]

『진짜 여자가 되는 법』(2011) 등으로 유쾌하면서도 도발적인 페미니스트가 된 모란은 이번 책에서 특히 페미니즘의 완성은 남성의 변화라고 강조한다. 여성을 둘러싼 불평등을 논하고 시정을 위해 진일보하는 과정에서 정작 남성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는 일종의 자성이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이야기는 넘치지만, 남성은 소외됐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그는 남녀의 공존과 공생을 강조한다.

그는 "사회의 주도적 분위기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젊은 남성은 '여성이 평등을 요구하고 나선 뒤부터 우리 삶의 질이 급락했다'고 느끼고 있다"며 "남자들이 느끼는 문제들과 21세기에 걸맞은 남성성에 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토론해야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젠더 평등이 한창 부상할 때 사회 분위기는 '백인 남성은 악덕한 남성성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여겨졌고, 사람들은 침묵했다"며 "이젠 여성에 대한 이야기만큼 남성에 대한 담론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이 걸어온 길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 모란은 "젊은 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선배들인 우리보다 더 마음이 열려있고 진지하다"면서도 "그러나 때론 유머 감각과 유쾌함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도 든다"는 답을 내놨다.

케이틀린 모란의 트위터(X) 계정 사진. [X]

케이틀린 모란의 트위터(X) 계정 사진. [X]

모란은 개인과 가족의 경험을 솔직하게 터놓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딸이 섭식장애를 겪고 극단적 선택 등을 시도했을 당시의 괴로움과 극복 과정 역시 과거 저서에 털어놓았다. 그의 책들이 영화 등으로 각색되는 이유다. NYT가 "딸의 어려웠던 시절을 겪어내면서 젊은 남성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 것 아닌가"라고 묻자 모란은 "정말 좋은 질문"이라고 반기며 이런 답을 내놨다.

"딸이 우울증을 겪고 힘들어하는 걸 보며 그 슬픔이 두려웠다. 어떻게 그 슬픔을 대면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TED 강연부터 신앙까지 다 시도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답은 내게 있었다. 딸에게 그냥 계속 가서 왜 우울한지, 힘든지를 묻는 것. 어찌 보면 지금의 젊은 남성도 많이들 그렇지 않을까. 딸도 결국 잘 이겨냈듯, 젊은 남성 세대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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