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4시 30분에 기상해 11시가 되기 전 하루 식사를 모두 끝내고 이후엔 단식한다. 하루 섭취 열량은 1977kcal로 제한한다. 브로콜리·콜리플라워 등 채소와 마카다미아 등 견과류, 블루베리 등 소량의 과일로 식단을 구성한다. 영양제 100여 개를 챙겨 먹고, 매일 25개 운동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수면에 방해되는 청색광을 차단하기 위해 잠들기 2시간 전부턴 특수 발광다이오드(LED) 치료를 받는다.
신체 나이를 만 18세로 되돌리겠다며 스스로 실험 대상이 돼 회춘(回春)을 연구해온 미국 IT 사업가 브라이언 존슨(46)이 공개한 일과다. 지난 4월 젊음을 되찾기 위해 17세 아들의 혈장을 수혈받아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기이한 시도를 마다치 않았던 그가 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하고 쉬운 장수·회춘 사업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년 동안 존슨은 매년 200만 달러(약 26억원)씩 투자해 이른바 '블루프린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택에 의료실을 마련하고 30여 명의 의료진과 건강 전문가로 구성된 팀의 관리를 받았다. 매일 체질량·혈당·심박수·혈압·수면시간 등을 기록하고, 한 달에 한 번씩 각종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 검사도 했다. 그의 건강과 관련해 촬영된 사진은 3만 3000장이 넘는다고 한다.
존슨과 의료팀은 프로젝트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장 나이 37세, 피부 나이 28세, 폐활량 18세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평균적으로 실제 나이보다 5.1세 젊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에 힘입어 적은 비용으로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을 따라 할 수 있는 '스타터 키트(초보자용 도구)'를 발매한다는 게 존슨의 계획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회춘 키트’는 건강한 재료로 구성된 식단과 유·무산소 운동 프로그램 및 시범 영상, 영양보충제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그는 "블루프린트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게 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이 건강에 매달리게 된 건, 2013년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거액에 매각한 뒤 삶이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온라인 결제 플랫폼 회사 '브레인 트리'를 이베이에 8억 달러(약 1조600억원)에 판 뒤 약 10년 동안 과식·과음·우울증으로 고생했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몸담으면서 오랫동안 불안에 시달렸던 데다, 회사를 팔고 나니 한순간에 허무함에 휩싸였다고 한다. 그는 "과연 혼자서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철저한 신체·정신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음식, 알코올, SNS 등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대상이 주변 2마일 이내에 수천 개나 있는데 개인에게만 정신 차리라고 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며 "갈등 여지를 없애고 정해진 절차를 자동으로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에선 블루프린트 내용 중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따와 일과를 구성하는 게 유행하기도 했다. 포천지는 존슨이 SNS와 개인 홈페이지 등에 공개한 정보를 바탕으로 규칙적인 운동, 녹황색 채소 섭취 등을 실천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SNS에선 블루프린트 프로젝트를 따라 할 때 도움이 되는 애플리케이션 목록이 공유되기도 했다. 단 가디언은 "존슨의 삶의 방식은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건강과 젊음을 위한 훨씬 더 간단하고 효과가 입증된 원리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