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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이' 신유빈의 자책, 언니 전지희의 격려

중앙일보

입력

"첫 메달은 정말 기쁘지만…."

한국 여자 탁구의 에이스 신유빈(19·대한항공)은 단체전 준결승에서 일본에 패한 뒤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33년 만의 결승행 희망이 좌절된 데는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여겨서다.

신유빈이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단체전 일본과의 준결승 경기 도중 땀을 닦고 있다. 뉴스1

신유빈이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단체전 일본과의 준결승 경기 도중 땀을 닦고 있다. 뉴스1

한국은 이날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일본에 매치 스코어 1-3(0-3, 3-2, 0-3, 1-3)으로 졌다.

아시안게임 탁구는 3·4위 결정전 없이 준결승에서 패한 두 팀에 공동 동메달을 준다. 한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첫 단체전 결승 진출을 노렸지만, 또 한 번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유빈은 "이겼다면 좋았겠지만, 모든 게 항상 내 뜻대로 되진 않는 것 같다"며 "그래도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언니들 도움으로 첫 메달을 함께 딸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신유빈은 세계 8위로 한국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다. 이날 1단식과 4단식 주자로 나서 승부의 흐름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그러나 두 번 모두 이기지 못했다. 1단식에서는 자신과 세계 랭킹이 비슷한 하야타 히나(9위)를 만났는데,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4단식에서는 히라노 미우(16위)와 맞붙어 역시 1-3으로 졌다. 특히 4세트에선 0-6까지 끌려가다 8-8로 따라잡고도 막판 뒷심이 떨어져 승기를 내줬다.

신유빈은 "순간순간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나와 상대하는 선수 대부분이 비슷한 플레이로 대응한다는 걸 느꼈다"며 "다시 숙소에 들어가 문제점을 점검하고 보완해서 남은 경기를 치러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신유빈이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단체전 일본과의 준결승 경기를 펼치고 있다. 뉴스1

신유빈이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단체전 일본과의 준결승 경기를 펼치고 있다. 뉴스1

신유빈은 2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탁구의 간판으로 급부상했다. 앳된 얼굴의 10대 소녀가 세계 정상의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패기로 맞서 인기를 얻었다. 기합 소리가 병아리 우는 소리처럼 귀엽다는 의미로 '삐약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손목 부상으로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될 뻔했지만,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극적으로 기회를 잡았다. "출전하는 모든 종목(단식·복식·혼합복식·단체전)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겠다"는 다짐을 안고 항저우에 왔다. 그만큼 의욕과 부담이 컸다.

신유빈이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단체전 일본과의 준결승 4단식에서 패하자 전지희(오른쪽)가 위로하고 있다. 뉴스1

신유빈이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단체전 일본과의 준결승 4단식에서 패하자 전지희(오른쪽)가 위로하고 있다. 뉴스1

대표팀 동료들은 그런 신유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경기가 끝난 뒤 "괜찮다, 고생 많았다"며 막내를 다독였다. 2단식 주자로 나섰던 전지희는 "에이스 역할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너무 무겁고 큰 자리다"라며 "게다가 상대는 대단한 선수들이다. 우리 멤버 중 누가 그 역할을 맡아도 유빈이만큼 못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신유빈은 그저 고개를 숙였다. "단체전의 부담감은 나뿐 아니라 언니들도 똑같이 느꼈을 거다. 생각을 좀 내려놓고 다시 정리해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거듭 마음을 다잡았다. 전지희는 "유빈이가 너무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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