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텐베르크 은하계…그 책들의 별별 얘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58호 22면

편집 만세

편집 만세

편집 만세
리베카 리 지음
한지원 옮김
윌북

2007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초판을 1200만부나 찍어 기네스북에 올랐다. 반면 1997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는 양장본 초판을 겨우 500부 찍었다. 일부 페이지에 저자 이름이 ‘J. K. 롤링’ 대신 ‘조앤 롤링’으로 인쇄되는 실수도 있었는데, 요즘은 이런 책이 비싸게 팔리기도 한단다. 롤링의 이 첫 책 원고는 출판사들에서 번번이 거절당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롤링만의 일은 아니다. “작가로서의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퇴짜 놓은 편집자의 조언이었고, “쓰레기 같고 지루함”은 투고 받은 원고 더미를 검토하기 위해 출판사가 고용한 독자가 윌리엄 골딩의 ‘내부의 이방인들’ 초고에 내린 평가였다. 이 원고는 기차에서 읽을 게 필요했던 편집자의 눈에 띈 덕분에 이후 저자의 이런저런 수정을 거치고 제목을 바꿔 『파리대왕』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런 흥미로운 일화가 곳곳에 담긴 이 책 『편집 만세』의 저자는 영국의 20년 경력 편집자이자 펭귄 출판사 편집장. 매클루언이 말한 ‘구텐베르크 은하계’, 즉 가동 활자와 대량 인쇄 시대의 책 이야기를 편집은 물론 작가·대필작가·에이전트·교정·인쇄·번역·각주·색인·문장부호에다 분서·원고유실·절판 등까지 아우르며 전한다. ‘블러브’(blurb)라 불리는 책 뒤표지 소개글의 기원도 나오는데, 한국이라면 책 띠지 얘기도 다뤘을 법하다.

좋은 글을 더 좋게, 잘 읽히게 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전하는 것이 이 책의 요체일 텐데, 재미는 곁가지에서 나온다. 마크 트웨인이 “신은 먼저 바보를 만들었다. 이건 연습용이었다. 이어서 그는 교정자를 만들었다”고 할 만큼 교정자를 싫어했다거나,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가 맞춤법에 영 서툴렀다거나 하는 것도 그렇다. 미국 측 문서를 단독 입수한 영국 언론이 미국식으로 표기된 단어를 모두 영국식으로 고쳐 게재하는 바람에 보도의 진위를 의심받은 사례, 챗GPT의 등장 이전에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베스트셀러 등 글의 가독성을 평가한 얘기도 눈에 띈다. 각주를 사랑한다고 밝힌 저자는 본문만 아니라 각주에도 눈길 끄는 얘기를 여럿 담았다. 원제 How Words Get Good.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