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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세월 품은 올리브 나무의 위로 [BOOK]

중앙일보

입력

박노해 사진 에세이집 『올리브 나무 아래』 표지. 사진 느린걸음

박노해 사진 에세이집 『올리브 나무 아래』 표지. 사진 느린걸음

올리브나무 아래
박노해 지음
느린걸음

'얼굴 없는 시인'이었던 지은이는 군부 독재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7년 옥살이를 하고 1998년 특별 사면으로 출소했다.

사진 에세이집『올리브나무 아래』는 이후 세계 곳곳을 유랑한 결과물이다. 팔레스타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에서 담아온 37점의 사진을 통해 올리브나무가 지닌 강인한 힘을 전한다. 시인에게 이 나무는 “오래고도 한결같은 사랑”이다. “척박한 땅에서 온몸을 비틀며 자신을 짜 올려, 고귀한 열매와 기름과 사랑으로 피고 맺은 좋은 것들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나무”라서다.

'봄이 오는 길'. 박노해 시인이 2008년 시리아의 한 평원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 박노해

'봄이 오는 길'. 박노해 시인이 2008년 시리아의 한 평원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 박노해

전남 함평 출생인 시인은 16세에 상경해 주경야독했다. 1984년, 27살에 낸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은 정부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부 가까이 팔렸다. 감시를 피해 사용한 필명 박노해는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을 뜻한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아이들은 성공을 재촉 당하고 (...) 어디에도 희망은 없고 누구 하나 바라볼 사람이 없고, 불안과 우울과 무력감 속에 덧없는 행복과 위락에 탐닉”하는 곳이다. “세상이 다 이렇고 인간은 이런 거라고 ‘악의 신비’가 드리울 때면” 그는 천 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올리브나무를 바라봤다. 바쁜 일상에 치여 떠밀리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인의 올리브나무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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