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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거꾸로 솟는다" 민주당 탄식·울분 터진 체포안 통과 순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초유의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통과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선 민주당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여러 장면을 연출했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비명계 이상민 의원 자리에서 한참을 허리 숙여 대화했다. 민형배·김용민 의원 등 친명계는 서동용·문정복 의원에게 뭔가를 심각하게 얘기했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동훈 법무장관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강정현 기자

오후 3시 30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안 제안설명이 시작될 때도 긴장된 분위기는 유지됐다. 그러나 한 장관의 설명이 8분을 넘어서자 민주당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장경태 의원은 “뭐하는 겁니까! 국회의원 법안제안 설명보다 더 길게하네!”라고 했고, 정청래 의원은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했다. 양이원영 의원이 “그런 건 재판부에 가서 하라니까!“, ”장관하지 말고 검사하세요!”, “피의사실 공표냐”고 끊임없이 외치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의원 여러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의석에서 조용히 경청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 의장 제지에도 민주당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 장관은 설명을 이어가지 못했다. 김 의장이 ”의원님들은 경청하실 의무가 있다! 의장으로부터 발언권 받지 말고 의석에서 소리 지르는 행위 제발 좀 그만해달라“고 제지하자 ”의장님이 똑바로 하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저는 국민들 앞에서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버티던 한 장관도 결국 체포의 필요성만 이야기하고 연단에서 내려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국회의원(이재명) 체포동의안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에 항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국회의원(이재명) 체포동의안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에 항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오후 4시 투표가 시작됐고, 4시 20분 김진표 국회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하자 본회의장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개표가 이뤄지는 동안 검표위원들 어깨너머로 개표 결과를 훔쳐보던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박수를 치면서 여야 희비가 엇갈렸다. 김 의장에게 개표 결과가 보고될 때 이미 일부 민주당 의원 얼굴은 어두웠다. 김 의장이 ”총 투표수 295표 중 ‘가’ 149표, ‘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 가결됐음을 선포한다“고 선언하자 민주당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개표 과정에선 ‘무효표’ 논란도 발생했다. ‘가’라는 글자 옆에 희미한 점이 찍힌 투표용지 1장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민주당은 “무효표”라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점은 투표용지에 묻어난 잉크여서 가결표”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서 국민의힘 검표위원인 조은희 의원은 민주당 검표위원인 문정복 의원에게 “아니, 왜 이러시냐. 제가 (무효표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데”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조 의원 등이 해당 투표용지를 휴대전화로 찍자 좌석에 앉은 민주당 의원들이 “사진 찍은 것 지우라. 불법”이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이 예상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강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이 예상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에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상의를 했는데, 윤 원내대표가 “결과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며 민주당 의견을 수용하면서 이는 무효표로 확정됐다. 이날 무효표는 총 4장이 나왔는데 나머지 3장은 ‘가’만 쓰지 않고 동그라미를 덧씌워 ‘㉮’로 표시한 1표, ‘기권’이라고 적은 1표, 글자 없이 점만 찍은 1표였다. 유경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마지막 무효 처리된 한 표는 ‘가’ 옆에 희미한 점이 하나 있었다. 사실상 150명 가결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표 뒤 일부 민주당 의원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수진 의원(비례)은 ”이게 당이냐“, ”누군 바보인 줄 아느냐“며 소리를 질렀고, 진성준 의원은 들고 있던 종이를 바닥에 던진 뒤 본회의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잠시 브리핑을 위해 기자들을 찾아온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울음을 참는 얼굴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페이스북 등에선 “울분이 너무 커서 참을 수가 없다”(이원택) “피가 거꾸로 쏟는다. 생각보다 더 큰 싸움을 해야 할 것 같다”(전용기)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하루 종일 국회 밖에서 체포동의안 부결 집회에 참여한 강성 지지자들도 가결이 선포되자 “개XX들 다 죽여!”라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집회 주최 측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가결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우리에게 이 배신의 칼날을 던진 자들”이라며 “저들의 배신의 길을 반드시 분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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