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학원에 문제를 판 사실을 숨긴 채 수능·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현직 교사 4명을 고소하기로 했다. 수능·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뒤 문제를 판매한 교사들과 사교육 업체들은 수사 의뢰한다.
수능 출제 공정성 금 갔다…“문제 판 사실 숨겼다”
19일 교육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 협의회를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이번 고소·수사 의뢰 대상은 지난달 1일부터 2주간 학원에 문제를 팔았다고 자진 신고한 현직 교사 322명 중 수능이나 모의평가 출제·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24명이다.
교육부는 학원에 문항을 판매한 사실을 은폐하고 출제에 참여한 교사 4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고소하기로 했다. 평가원은 2017학년도 수능, 모의평가부터 출제진에게 ‘최근 3년간 상업적 문제집 집필이나 강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아왔는데, 이를 의도적으로 숨겨 문제 출제 업무를 방해하고 시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본 것이다.
고소 대상 4명 중 3명은 수능 출제위원이었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이들이 출제에 참여한 수능이나 모의평가가 어떤 시험이었는지는 (피의자가) 특정될 수 있으므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출제에 참여한 이후 사교육 업체에 고액의 문항을 판매한 혐의가 있는 교사는 22명(2명은 고소 대상과 중복)이다. 교육부는 이들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의뢰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소·수사의뢰 대상 중엔 문제를 판 대가로 5억원 가량을 수수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문항을 거래한 사교육업체 등 21곳 역시 수사의뢰 대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 입시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 내주고 5억 챙긴 교사…“관리 미흡 인정”
교육부는 그동안 시험 출제진 관리가 미흡했다고 사과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수능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기 전까지 교육부가 미리 시험의 공정성을 확보하려 노력했는지 반성할 부분이 있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학원에 문제를 판 교사가 수능이나 모의평가에 비슷한 문제를 출제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사람이 출제한 문제가 그대로 확정되는 게 아니라 여러명이 출제나 검토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출제 과정에서 걸러지는 장치가 있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교사의 영리행위를 추적 중인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수능과 모의평가 출제진에서 학원 문항 판매 교사를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중엔 수능이나 모평에 문항 판매 교사의 출제 참여를 원천 배제하는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련자의 취업 제한 등 다양한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 대상 교사들의 징계도 진행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사 개시 통보가 교육청, 학교로 가게 되면 직위해제 등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며 “최종 징계 수위는 감사원 감사 조사 등을 통해 문항 출제 횟수나 대가로 받은 액수가 정확히 밝혀지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특 요원도 모의고사 문제 출제…관련 규정 개정
모의고사 출제 업체가 병역특례 업체로 지정돼 소속 전문연구요원을 문항 출제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밝혀졌다. 병무청은 “조사를 통해 해당 요원이 프로그램 개발 등 특례 분야가 아닌 국어 수능 모의고사 지문 작성 업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병무청은 해당 사교육 업체를 고발하고 모의고사 출제 업무를 맡은 전문연구요원의 복무를 연장하고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의 관리 규정’ 개정도 추진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사교육 카르텔이 은밀하게 뿌리를 내려 수능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교육부는 앞으로도 관계 기관과 함께 고질적인 사교육 카르텔을 끊어 내는 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