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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혼미한데 20㎞ 이송…이재명 '녹색병원' 고집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에 대해 검찰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대여투쟁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단식 19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단식 19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단식에 들어간 지 19일째인 이날 오전 7시 10분쯤 민주당이 부른 앰뷸런스에 실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민주당은 “(119 호출 당시)탈수 등의 증상을 보였으며, 정신이 혼미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생리식염수 투여 등 응급조치를 받은 이 대표는 2시간여 뒤 서울 중랑구의 녹색병원으로 이동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 소식은 오전 9시쯤 당 비공개 최고위원회가 시작된 직후 전해졌다. 앞서 이 대표는 주변에 ‘18일쯤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고, 20~21일에 표결을 할 것 같다'고 말했었다. 체포안 국회 보고를 위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18일에 병원에 실려간 것이다. 권칠승 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표의 병원 이송 소식이 뜨자 득달같이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발표했다. 병원 이송 소식을 영장 청구 소식으로 덮으려는 노림수”라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정권 국정전면쇄신 및 내각총사퇴 촉구 인간띠 잇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정권 국정전면쇄신 및 내각총사퇴 촉구 인간띠 잇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6일 비상 의총에서 결의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이날 오전 즉각 발의했다. 이와 동시에 사실상 국회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날 예정된 상임위 중엔 교권보호 아동복지법 처리를 위한 보건복지위만 열렸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표 한 사람 때문에 왜 국회가 멈춰서야 하나"며 반발하자, 민주당은 이날 오후 각 상임위 간사실에 "오늘 보류했던 상임위 일정은 내일부터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공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정오 무렵에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도 열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4박 6일 일정으로 유엔총회 참석차 순방길에 올라 집무실을 비운 대통령실 앞에서 인간띠를 만들고 “부당한 구속영장 민주당이 막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대표는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민수 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녹색병원 앞에서 “이 대표는 최소한의 수액 치료 외에는 일체 음식 섭취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폭주하는 정권에 제동 걸기 위해 자신이 앞장서야 한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녹색병원으로 옮긴 것과 관련해서 한 대변인은 “녹색병원은 단식 치료 경험이 있는 전문의들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 대표가 20㎞가량 떨어진 녹색병원으로 전원(轉院)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여의도 성모병원은 소화기내과 전문의 12명을 포함해 총 255명의 의사가 근무하고 있다. 반면 녹색병원은 근무 의사가 35명이다. 단식 환자는 장기간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한 영양결핍 환자에 준해 치료를 받는데, 큰 병원일수록 치료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진료과의 협진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

2003년 설립된 녹색병원은 이 대표와 인연이 깊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였던 2021년 제2대 녹색병원장인 정일용 원장을 경기의료원장으로 임명했다. 현 원장인 임상혁 원장도 경기지사 재임시절 이 대표가 관여한 산업재해 간담회 등에 참여했다. 각종 반정부 집회를 주도해온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도 녹색병원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의 쾌유를 빌면서도 명분 없는 단식을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조속히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란다”라면서도 “단식 탈출구로 내각 총사퇴, 국무총리 해임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의도 자체도 순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정파가 다르다고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제1야당의 대표 자리로 돌아와, 김기현 대표가 제안한 여야 대표 회담을 비롯 민생을 챙기는 데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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