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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 인종차별·표절 논란...美상장 앞 '참교육' 당한 네이버웹툰 [팩플]

중앙일보

입력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네이버웹툰 참교육은 국내에서 연재 중단에 들어갔다. 사진 네이버웹툰 캡처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네이버웹툰 참교육은 국내에서 연재 중단에 들어갔다. 사진 네이버웹툰 캡처

내년 미국 증시 상장(기업공개·IPO)을 준비 중인 네이버웹툰이 콘텐트 내 인종차별적인 표현과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네이버웹툰은 논란 이후 즉시 해당 웹툰의 게재를 중단했지만 글로벌 콘텐트 플랫폼에 걸맞은 관리 능력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슨 일이야

네이버웹툰은 “북미에서 서비스 중이던 웹툰 ‘참교육’(영어명 Get Schooled)의 모든 회차를 지난 15일 삭제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11일 국내에 공개된 이 웹툰의 최신 회차(125회)에서 인종차별적 표현과 흑인을 비하하는 영어 단어가 나와 영어권 이용자를 중심으로 비판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웹툰이 극도로 인종차별적”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네이버는 한국 독자 대상으로 서비스한 125화도 삭제하고 국내에서도 장기 휴재에 들어갔다.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네이버웹툰 참교육에 나온 장면을 비판하는 SNS 게시물. X(구 트위터) 캡처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네이버웹툰 참교육에 나온 장면을 비판하는 SNS 게시물. X(구 트위터) 캡처

이게 왜 중요해

네이버웹툰은 '팀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 선두주자다. 2014년 북미 영어권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했고 현재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10개 언어권에 서비스 중이다.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1억 8000만 명. 국내 웹툰 시장에서 검증된 지식재산(IP)을 활용해 초기 독자를 플랫폼에 모으고, 각 언어권의 지역 작가를 키워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이 주효했다.

하지만 이번에 영어권 독자들에게 특히 더 민감할 수 있는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그대로 담은 한국 웹툰이 공개되면서 거센 역풍을 맞았다. 내년 미국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네이버웹툰 입장에선 돌발 변수가 불거진 셈이다.

네이버웹툰의 해명은

웹툰 참교육은 2020년 11월 네이버웹툰 연재를 시작해 장기간 국내 월요웹툰 인기순위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체벌금지법 도입 이후 교권 붕괴의 심각성을 느낀 교육부가 교권보호국을 설립해 문제 학교의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논란이 된 참교육의 해당 회차는 국내에서 미리보기(유료)를 통해 지난 11일 공개됐다. 영어 번역이나 현지 독자에 맞는 내용 보완 등 현지화 작업을 마무리해 북미 플랫폼에도 두 달 뒤쯤 공개될 예정이었다.

문제는 이를 한국에서 미리보기한 이들이 불법으로 화면을 캡처해 영어로 내용을 번역한 후 SNS상에 유통하면서 불거졌다. 정식 현지화 이전 불법 유통된 번역본이 원작의 흑인 비하 욕설을 여과 없이 노출해 논란이 커진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플랫폼을 운영하는 네이버웹툰의 책임이 무겁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서비스 단계부터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게 문제를 키웠다는 것. 웹툰 공개 전 사전 검수(모니터링)에서 해당 내용을 잡아내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해당 웹툰 댓글에 “한국에 사는 흑인 혼혈 아이들이 상처받을거라 생각 안하냐” “이런 부끄러운 작품을 왜 북미에 수출한 거냐” 등 비판이 나왔다. 네이버웹툰 측은 “현재 작품을 번역할 때 해당 언어 사용 국가의 정서를 고려해 현지화(로컬라이즈)하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보완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웹툰 작가들은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채용택(글), 한가람(그림) 작가는 SNS 계정에 “한국 다문화, 이민 가정이 직면한 차별을 밝히고 해결하는 내용을 다루는 과정에서 더 크고 보편적인 차별의 범위를 간과했다”며 “동질적 사회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인종차별에 대해 무지한 탓에 해로운 표현을 쓰게 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참교육은 다음 달 17일부터 미국에서 출판 만화로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작품 표절 논란도

최근 네이버웹툰의 일부 작품은 표절 논란으로 잇달아 서비스가 중단됐다. 지난 15일엔 일요웹툰 ‘고백 취소도 되나?’의 연재가 중단했다. 해당 웹툰의 대사 등이 일본 만화 ‘네 곁의 나’와 유사해서다. 지난 7일에는 금요웹툰 ‘여자를 사귀고 싶다’도 서비스를 중지했다. 역시 일본 만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와 유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달 들어서만 2건이나 일본만화 표절 논란으로 서비스 중단 절차를 밟았다.

상장 앞둔 네이버웹툰, 준비는?

프랑스 어메이징 페스티벌의 네이버 웹툰 부스 [네이버 웹툰 제공]

프랑스 어메이징 페스티벌의 네이버 웹툰 부스 [네이버 웹툰 제공]

네이버웹툰은 내년 미국 상장을 준비 중이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8월 네이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웹툰의 미국 상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내년 중에 상장할 수 있게 준비는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T 업계 안팎에선 상장을 준비하는 만큼 글로벌 플랫폼 수준에 맞는 콘텐트 관리 능력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종차별, 표절 등의 논란을 사전에 잡아내 플랫폼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 웹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플랫폼엔 다양한 국가 이용자가 많은 만큼 사전 검수 과정에도 더 공을 들여야 한다”며 “팬덤 비즈니스인 만큼 긴장을 늦춰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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