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쌀막걸리 가정주조」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반대>

<보릿고개 벌써 잊었나>
이정자<경남 함안군 군북면 중암리 139의 5>
40대 이상의 분들이라면 떠올리기조차 싫은 보릿고개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후 많은 세월이 흘러 서서히 경제성장을 이룩해 배고픈 시절은 지났다 할지라도 쌀이 부족해 보리혼식과 분석을 장려해봤다. 고도로 성장한 산업화의 물결에 따라 식생활 패턴이 달라지면서 쌀 비축이 늘자 정부에서는 1978년에도 쌀 막걸리를 주조공장에서 빚도록 허용한바 있으나 갖은 수해로 쌀 생산량이 줄어 몇년 못가 다시 금지령이 내려지고 일반 벼보다 소출이 많은 통일벼를 권장했고 또 보리혼식을 장려했다.
최근엔 또 쌀 소비가 줄어 쌀이 남아돈다고 하자 일반가정에서도 쌀 막걸리를 빚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뜩이나 명예롭지 못하게 세계 술 소비량이 으뜸인 판국에 납득이 안 간다. 농민이 애써 가꾼 곡식을 유용하게 쓰지 못하고 재고미 관리문제가 있다 해서 소비에 치우친다면 농민 사기앙양과 생산의욕은 떨어지고 악덕업자들에 의해 불량식품으로 둔갑해 유통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건강을 해칠 우려가 클 것이다.
비합리적인 가정주조는 마땅히 철회되어야 하고 남아도는 쌀을 건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국력보강에 한몫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질품 술집에 나돌듯>
이희대<경북포항시 포항우체국사서함12호>
정부는 남아드는 쌀 소비를 위해 가정에서도 술을 빚도록 허용할 방침이라 한다.
아직도 절대 빈곤층이 엄연히 존재하고, 결식아동이 속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미 재고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길은 없었던가 묻고 싶다.
장기적인 종합대책과 쌀 소비확대 및 수요개발을 통해 이들 재고미를 줄여나가야겠다. 쌀 라면·쌀 과자·쌀 막걸리·쌀 청주용 등으로 방출한다는 계획으로, 주세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증류식 소주에 대한 쌀 사용이 허용되고, 제한된 학교급식을 전면 실시하여 통일계 재고미를 줄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쌀 막걸리 가정주조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다.
일반 가정에서 쌀 막걸리를 주조하게 되면 밖으로 유출되어 시판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유흥업소 등에서 쌀 막걸리를 위장한 정체불명의 저질 술들이 대량 유통되게 되면 소비자만 골탕 먹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 건강에 해끼칠 것>
정순용<경북 경주시 노동동140의19>
쌀이 남아돈다고 해서 수매량을 줄이더니 이제는 가정에서조차 쌀 막걸리를 제조토록 허용한다는 것은 정부의 농업정책이 얼마나 근시안적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쌀 막걸리를 가정에서 주조토록 한다면 국가적으로는 세원확보에서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또 농촌의 경우 요즘과 같은 농한기에 너도나도 술을 담가먹고 마시는 풍조가 만연할 우려가 있다. 어떻게 하면 농민들도 잘 살아 볼까하고 열심히 일해 한푼두푼 저축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가는 시점에서 이 같은 정부의 조치가 이해되지 않는다.
도시에서는 유흥업소 등에서 비위생적으로 빚은 술들이 불법적으로 유통돼 국민건강에도 해를 끼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은 쌀 막걸리 가정주조는 재고돼야 한다고 본다.

<주세행정 마비될 우려>
송인무<대전시 유성구 안산동135의4>
정부에서는 최근 쌀 소비의 일환으로 일반가정에서 쌀 막걸리를 빚을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한바있다.
만약 위와 같이 된다면 첫째, 조세행정이 균형을 잃게 될 것이다. 내국세중 주세의 비중이 막중하다고 생각이 되는데 너나할것없이 가정에서 빚어먹는다면 탁주·약주는 물론 맥주·양주·소주·기타주의 출고가 현저히 줄 것이며 따라서 주세행정이 마비상태가 될 것이다.
둘째, 가정마다 직장마다 각종모임 등 대소행사에 가정주 일색이어서 무절제한 음주행위가 성행할 것이 분명하다.
셋째, 무절제한 양곡소비가 우려된다. 가정주를 허용한다면 양극소비 질서가 없어 우려 민족의 주식인 쌀의 소중함을 망각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양조 업자들에 맡겨야>
민희숙<광주시 북구 용봉동1152의31>
금번 정부에서 발표한 쌀 술의 가정주조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
우리 국민들의 주량은 세계적으로 1, 2위를 다툴 정도로 많은 술을 마시고들 있다고 한다. 술은 국민들 개개인의 정신건강과 육체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정말 장려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런데 정부가 쌀이 좀 남는다고 해서 일반 가정에서까지 술을 제조하게끔 규제를 완화한다면 술 소비량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리고 정부에서 알아야할 것은 이 같은 조치를 실시한다해도 그것은 잠깐 호기심으로나 만들어볼 뿐 극히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점을 고려해볼 때 정부에서는 쌀 술을 주조하고자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며 중소기업육성과 국민보건위생을 병행하여 시행해 나갈 것이지, 가정의 열악한 조건에서 불결한 주조를 하게끔 유도해 국민들의 주량을 더 늘러만 가게되는 일을 시행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찬성>

<민족정취-입맛 되살려>
권동원<대전시 중구 옥계 동22의6>
예로부터 갈증을 푸는 데나 하루의 피로를 푸는데, 그리고 애경사에 있어 서민과 늘 함께 해온 막걸리는 우리민족 고유의 토속주요, 서민주로서 손색이 없다.
또한 막걸리는 세계에서도 드물게 풍부한 영양을 지닌 술로서 서민들에겐 반 식량의 구실까지 해왔으며 우리 입맛에도 딱 맞는 것이다.
동기야 어찌됐든 정부가 이번에 쌀 막걸리의 주조를 일반가정에까지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잃어버린 막걸리 고유의 옛 맛을 되찾고, 여기에 집집마다 전래돼온 다양한 제조비법을 보존·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
더구나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외제양주와 맞서 우리 고유의 정서와 풍미를 간직한 막걸리의 정취를 살릴 수 있다는데 대하여 이번 가정에서의 쌀 막걸리 주조허용은 쌀 소비촉진 이상의 전통계승이란 의미가 담긴 것이다.

<남는 쌀 식품활용 방안>
서중석<전남 장성군 강성읍 청운동1033의12>
정부 당국의 쌀 막걸리 가정 주조 방침은 현재 남아도는 쌀을 합리적으로 처리해 농민의 값진 땀방울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환영받아 마땅할 일이다.
우선 쌀 막걸리를 떠올릴 때 잊혀져가던 우리의 옛 정취를 그 속에서 다시 찾을 수 있다는 반가움이 그것이고 또 한 가지는 요새 사회적 초미의 관심사로 치닫고 있는 과소비·퇴폐풍조의 추방운동에도 일조 할 것이 틀림없겠기 때문이다. 즉 우리 체질에 맞고 칼로리나 영양가도 풍부하며 맛 또한 일품인 순수양극주가 각자의 가정에 있는데 구태여 비싼 돈과 시간을 낭비해가며 결코 몸 건강에도 이롭지 않고 정신 건강에도 보탬이 되지 못하는 음습한 뒷골목 주점에까지 행차하여 화학적으로 빚은 양조주를 사 마실 필요가 없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