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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69) 낙봉파에서 죽은 방통, 엄안을 지혜로 항복시킨 장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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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낙성을 공격하기 위하여 방통과 논의하고 있을 때 마량이 제갈량의 친서를 들고 왔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태백성(太白星)이 낙성(雒城)에 이르러서 우리의 장수 신상에 나쁜 일이 있을 터이니 절대로 조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유비는 제갈량의 편지를 보고 망설였습니다. 방통은 제갈량이 자신의 공을 막으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역시 천문을 계산해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주공께서 서천을 얻으실 조짐이지 나쁜 일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먼저 촉군 장수 냉포의 목을 베었으니 이미 흉한 조짐의 액땜은 끝난 것입니다. 주공께서는 의심하지 마시고 빨리 진군하십시오.

방통이 재삼 재촉하자 유비는 군사를 이끌고 진군했습니다. 낙성에 이르는 길은 대로와 지름길인 오솔길이 있었습니다. 유비가 대로로 가고 방통은 오솔길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때, 방통의 말이 날뛰었습니다. 현덕은 자신이 타던 백마를 주고 방통의 말을 자신이 탔습니다.

오솔길은 장임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백마를 타고 오는 대장이 보이자 분명 유비일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방통은 빼곡한 숲을 지나치며 번쩍 의심이 들었습니다. 길을 안내하던 군사에게 물었습니다.

이곳의 지명이 무엇이냐?

이곳은 낙봉파(落鳳坡)입니다.

나의 도호가 봉추(鳳雛)인데 이곳이 낙봉파라면 나에게 이로울 게 없잖은가!

방통은 즉시 후퇴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장임의 군사가 포위하고 있었습니다. 포소리와 함께 화살이 방통에게 집중적으로 날아왔습니다. 가련한 방통은 그 자리에서 전사했습니다. 그의 나이 겨우 36세였습니다. 후세의 시인들이 그의 총명함을 안타까워하며 시를 지었습니다.

옛 고개는 연이어 푸른 빛 가득하고 古峴相連紫翠堆
방사원의 집은 산모롱이에 있었네. 士元有宅傍山隗
어릴 적 우둔하다 놀림도 받았지만 兒童慣識呼鳩曲
뛰어난 재주는 동네마다 소문났네. 閭巷曾聞展驥才
천하삼분 미리 예견하고 움직여 預計三分平刻削
머나먼 길 달리며 홀로 배회하였네. 長驅萬里獨徘徊
그 누가 알았으랴, 흉한 별똥 떨어져 誰知天狗流星墜
장군의 금의환향 못 하게 할 줄을. 不使將軍衣錦回

방통이 낙봉파에서 죽기에 앞서서 동남 지방에는 동요가 퍼졌습니다.

봉과 용이 나란히 一鳳幷一龍
서로 도우며 촉으로 가네 相將到蜀中
겨우 반쯤 왔건만 纔到半路裏
봉은 낙봉파 동쪽에서 죽네 鳳死落坡東
바람은 비를 몰아오고 비는 바람을 몰아오네 風送雨雨送風
한나라 일으키려면 촉도를 열어야 하는데 隆漢興時蜀道通
촉도가 열렸을 땐 용만 홀로 남았네 蜀道通時只有龍

낙봉파에서 최후를 맞이한 방통. 출처=예슝(葉雄) 화백

낙봉파에서 최후를 맞이한 방통. 출처=예슝(葉雄) 화백

방통이 죽은 유비군은 크게 패하고 부성으로 돌아왔습니다. 유비는 방통의 전사 소식을 듣고 통곡했습니다. 장임이 성 밑까지 와서 싸움을 걸었지만 굳게 지키면서 나가지 않았습니다. 유비는 관평에게 편지를 주어 형주의 제갈량에게 보냈습니다.

한편, 제갈량은 칠석을 맞이하여 관원들과 밤에 연회를 벌이다가 큰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흐느껴 울었습니다. 뭇 관원들이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내가 주공께 조심하라고 편지를 올렸는데 누가 오늘 저녁 서쪽의 별이 떨어질 줄 생각이나 했겠소? 방통의 목숨이 끊긴 것이 분명하오. 이제 우리 주공께서 한쪽 팔을 잃으셨소이다.

관원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서 관평이 와서 방통의 전사를 알렸습니다. 모든 관원은 슬픔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갈량은 관우에게 형주를 지킬 것을 명하고 그에게 인수(印綬)를 넘겨주며 말했습니다.

관평. 출처=예슝(葉雄) 화백

관평. 출처=예슝(葉雄) 화백

만약 조조가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온다면 어찌하시겠소?

힘으로 막겠소이다.

만약 조조와 손권이 한꺼번에 쳐들어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소?

군사를 나누어 막겠소이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형주가 위태로울 것이오. 내가 장군께 여덟 글자를 알려드릴 터이니 절대 잊지 마시오. 그래야만 형주를 지킬 수 있소.

어떤 여덟 글자요?

북쪽의 조조는 막고 동쪽의 손권과는 화친한다(北拒曹操 東和孫權)는 여덟자요.

군사의 말을 꼭 폐부에 새기리다.

관우에게 형주의 인수를 주는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관우에게 형주의 인수를 주는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은 장비와 조운에게 군사를 떼어 별도로 출발하게 하고 자신도 군사를 이끌고 서천으로 출발했습니다. 장비는 파군에 이르러 태수 엄안을 사로잡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엄안도 장비의 불같은 성미를 이용해서 약만 올릴 뿐 수비에만 치중했습니다. 장비가 분을 못 이겨 제풀에 무너지려 할 때 기습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장비는 계속 싸움을 걸었지만 시간 낭비였습니다. 엄안의 부하 병사들에게 슬쩍 공격정보를 흘려보내고 이를 역이용하여 엄안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엄안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장비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죽음도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장비는 곧장 엄안을 묶은 포승줄을 풀고 상석에 앉히고 머리를 숙여 절을 하며 말했습니다.

아까는 모독하는 말을 했으나 꾸짖지 말아 주기 바라오. 나는 본디부터 노장군이 호걸답다는 것을 알고 있었소이다.

엄안은 장비의 이 말에 감복하여 항복했습니다. 후세 사람들도 장비의 지혜를 기리는 시 한 수를 남겼습니다.

엄안을 사로잡은 용기 논할 수 없지만 生獲嚴顔勇絶倫
오직 의기로써 군사와 백성을 항복시켰네惟憑義氣伏軍民
지금도 사당이 파촉에 남아 있어 至今廟貌留巴蜀
제삿술과 고기안주로 날마다 취해있다네 社酒鷄豚日日春

모종강도 장비의 행동에 다음과 같이 찬사를 보냈습니다.

‘장비는 평생 속 시원한 일을 몇 번 했다. 독우를 매질하고, 여포에게 욕을 하고, 장판교에서 호통을 친 것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용기는 엄안을 사로잡은 지혜만 못했다. 그러나 엄안을 사로잡은 지혜가 아무리 돋보인다 해도 그것은 또한 엄안을 놓아준 현명함만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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