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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와 야생 새로운 공존의 도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56호 22면

어반 정글

어반 정글

어반 정글
벤 윌슨 지음
박선령 옮김
매일경제신문사

도시에서 자연을 접하는 이로움을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다. 공원의 푸른 잔디나 나무 그늘은 삭막한 도시 생활에 숨통을 틔워 준다. 이런 녹지는 아스팔트와 달리 한여름에 기온을 낮추고 비를 흡수하는 데도 유용하다.

한데 도시에는 이보다 더 다양한 생물이 사는 곳이 있다. 버려진 공장을 비롯해 방치된 땅이나 외곽 지역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이런 데 자생하는 식물은 웬만한 시골보다 그 종류가 많다. 심고 가꾸지 않았는데 싹트고 번성한 식물은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직후의 도시들에서도 관찰됐다. 건물 잔해의 석회질에서 잘 자라는 종을 포함해 여러 경로로 유입된 외래종을 여럿 포함해서다. 사실 자연의 숲은 세월과 함께 천이를 거치면서 오히려 종이 단순해진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도시를 탐사해온 저자는 도시와 야생을 분리하는 대신 도시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불러낸다. 도시공원처럼 자연을 단순화하고, 야생의 자발성과 지저분함을 억제하고, 인간의 지배 충동을 드러내는 “도회적인 자연”만 아니라 아스팔트 틈새에서 자라는 ‘잡초’를 비롯한 도시 속 야생의 힘을 주목하면서다.

책에는 정원과 가로수의 역사, 산업화 시대에 위생 문제 등으로 자연을 혐오하게 된 과정 등과 더불어 탈산업화, 야생화라 할만한 최근의 흥미로운 사례를 여럿 전한다. 분단 이후 방치된 철도 조차장에 온갖 생물이 번성해 결국 공원으로 지정된 베를린의 쥐트갤렌데, 쓰레기 매립장이 탈바꿈한 뉴욕 스테이튼 아일랜드의 프레시 킬스 공원, 유명 관광지가 된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비롯해 도시 전체를 정원화하고 있는 싱가포르 등이 그 예다. 간척지의 제방을 높이는 대신 갯벌 지형으로 되돌려 공원을 만든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 지역이나 서울 청계천 복원도 소개한다.

이 책에 따르면, 놀랍게도 뉴욕에는 요세미티 국립공원보다 더 많은 생물종이 산다. 초고층 빌딩 사이를 누비며 비둘기를 잡아먹는 송골매도 있다. 물론 먹이든 행동이든 자연과 달라진 동물들의 생태는 종종 경원의 대상이 되지만 저자는 진화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결들여 “좋든 싫든 이들은 인류세와 대멸종의 압박을 버티고 살아남기에 가장 적합한 종들”이라고 말한다. 원제 Urban Ju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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