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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차례 미행 … 치밀한 범행 준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여 약사를 납치해 돈을 빼앗은 뒤 살해한 용의자들이 범행 58일 만에 붙잡혔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26일 약사 황모(41.여)씨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로 전날 검거한 형모(34.무직)씨와 신모(31.무직)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납치에 가담한 혐의(특수강도)로 장모(31.공사장 인부)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교도소 동기인 형씨와 신씨 등은 9월 28일 낮 12시쯤 익산시 부송동 황씨의 약국 뒤편 아파트 주차장에서 미용실에 가기 위해 BMW 530 승용차를 타려던 황씨를 조수석 쪽으로 밀어넣은 뒤 납치했다. 장씨는 BMW 승용차가 수배될 경우 차를 갈아타고 도주하기 위해 자신의 차로 이들을 따라갔다. 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다방 운영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약국을 경영하고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황씨가 현금이 많을 것으로 생각해 범행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후 20 여차례에 걸쳐 황씨를 미행, 동선(動線)을 파악하고 예행연습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황씨를 납치한 범인들은 인근 만경대교 아래로 끌고가 신용카드를 빼앗고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오후 2시30분쯤 목 졸라 살해했다. 그리고 시신을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 오후 7시쯤 익산에서 7km 떨어진 군산시 임피면 야산에 암매장했다. 그동안 장씨는 신용카드로 익산시 영등동의 한 은행에서 현금 280만원을 인출, 형씨를 다시 만나 돈을 나눠가진 뒤 오후 10시쯤 헤어졌다. 이들은 차량 번호판을 위조해 황씨의 BMW 승용차에 부착하고 '대포폰'을 사용하면서 경찰 추적을 따돌렸다. 이들은 범행 뒤 서로 연락도 하지 않고 익산 시내 PC방과 여관을 전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황씨가 사라졌다는 가족의 신고를 접수했으나 황씨 계좌에서 현금이 인출되지 않았고 협박전화가 걸려오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가출에 무게를 두고 수사했다. 그러나 실종 40일이 지나도록 황씨가 나타나지 않고 카드도 사용되지 않자 뒤늦게 영장을 발부받아 황씨의 신용카드 발급명세를 확인했고 황씨가 또 다른 신용카드를 갖고 있었던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지난 22일 장씨가 황씨의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장면이 찍힌 CCTV 화면을 확보, 납치 사건으로 수사 방향을 바꿔 이를 언론에 공개했고 3일 만에 용의자들을 검거했다.

익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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