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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발언엔 말 아낀 이주호…서이초 교사 추모사 읽다 울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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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인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추모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서울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인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추모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을 외친 4일 전국 곳곳에서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서이초는 이날 수업 대신 재량휴업을 결정하고 학교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추모 행렬은 오후가 되자 운동장을 지나 교문까지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대부분 조용히 메모지에 글을 남기고 국화꽃을 놓았다. 3년 차 교사라고 밝힌 이모(27)씨는 “같은 저연차 교사로 너무 공감돼서 찾아왔다”며 눈물을 흘렸다.

병가를 내고 서이초를 찾은 교사들이 많았다. 10년 차 초등교사라고 밝힌 김모(35)씨는 “오늘 병가를 쓰고 학교에 출근하지 않았다. 징계를 받아도 더는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5년 차 초등교사도 “교장과 교감이 재량휴업을 허락하지 않아서 병가를 내고 왔다”며 “근로자에게 보장된 병가를 징계하겠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교사의 생존권보다 학생의 학습권이 우선될 수 있나”라고 했다.

잇따른 교사 사망…“개인 문제로 치부 말라”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고인의 지인들이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고인의 지인들이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

이날 공식 추모식엔 사망 교사의 유가족과 서이초 동료 교사들 외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교원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망 교사의 대학 후배는 “강하고 책임감 넘치는 멋진 선배였다. ‘우리 반 애들 착하고 예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던 마음을 이어받아 모든 선생님이 행복하게 교육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최근에도 여러 선생님이 생을 달리했다. 그냥 개인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학교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다시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물 보인 이주호, 징계엔 말 아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열린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열린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

이 부총리는 “지난 7월 22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선생님들께서 모여 외치신 간절한 호소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교육의 전반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추모사를 읽다가 눈물을 흘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조 교육감은 추도사에서 “학교와 선생님 없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도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종종 잊었다”라며 “선생님들이 더는 다치지 않게끔 하는 길에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가 함께해달라”고 말했다.

추모객들은 사망 교사가 근무한 1학년 6반 교실을 둘러보고 묵념했다. 이 교실은 급식실을 개조해 임시로 활용한 것으로 창이 작고 한쪽에 창고가 있는 등 여건이 좋지 않다는 민원이 있었다. 지금은 폐쇄됐지만, 교실 뒤쪽 게시판에는 학생들이 만든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일부 추모객이 이 부총리에게 징계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오늘은 고인의 추모를 위한 날이니까 교육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쳐야 할 것 같다”며 “오늘 상황들을 분석하고 있다. 종합해서 판단하겠다”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도 “내일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며 “나중에 교육감협의회를 통해 하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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