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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힘 좋은 BMW VS 조용한 현대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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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독일 베를린에서 지난 12일 발표한 세계 첫 양산 수소차 '하이드로겐 7살롱'은 승차감이나 가속력에선 기존 가솔린차에 손색이 없었다.

시동 거는 방법은 일반 차와 같다. 열쇠를 넣고 스위치를 누르면 된다. 계기판엔 수소 연료를 뜻하는 'H2'표시가 들어온다. 엔진 소리는 수소 연료라 그런지 '그르렁' 소리가 난다. 디젤차 소음과 비슷하다. BMW 특유의 사자 울음 같은 엔진 소리와는 다르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 현대자동차 환경차연구소에서 시승해본 수소 연료전지차 '투싼 FCEV'와도 확연히 구별된다. 연료전지차는 수소와 산소를 합성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전기로 모터를 돌려 움직이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모터 돌아가는 수준에 불과하다. 정숙성에선 투싼 FCEV가 하이드로겐 7살롱보다 낫다는 얘기다.

하이드로겐 7살롱의 머플러에 손을 대니 따뜻한 수증기가 느껴진다. 바닥에 물이 고일 정도다. 배기가스는 전혀 없다.

이 차 핸들엔 연료전환 스위치가 달려 있다. 수소와 함께 가솔린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수소 충전소가 일반 주유소처럼 많이 생기려면 오랜 기간이 필요한 만큼 가솔린 겸용으로 만든 것이다. 한적한 도로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260마력의 힘이 느껴진다. 수소를 쓸 때나 가솔린을 쓸 때나 같은 출력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가속력이 떨어지고 커브를 돌 때 무겁고 둔한 느낌이 드는 투싼 FCEV에 비해 성능 면에선 앞섬을 확인할 수 있다. 투싼 FCEV는 변속기 기어 단수가 없어 가속은 부드럽게 이뤄지지만 답답한 느낌이 든다. 출력이 107마력으로 1500cc급 가솔린차와 비슷한데 무게(1850kg)는 중대형차 정도로 무겁기 때문이다.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16~17초 정도 걸린다. 일반 소형차보다 3~4초가 더 필요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년 나올 100kW(134마력) 연료전지 시스템을 달면 가솔린 소형차 수준의 가속력을 낼 것"이라고 한다.

하이드로겐 7살롱은 주행 중 스위치를 2초 정도 누르면 별다른 충격 없이 연료를 바꿀 수 있다. 수소 연료로 하이드로겐 7살롱은 액체 수소를 사용하는 반면, 투싼은 고압(약 350~700기압) 수소 가스를 사용한다.

하이드로겐 7살롱은 무게가 2.5t으로 무거운 게 흠이다. 기존 가솔린차 장치에 수소 탱크 등을 달다 보니 동급 차량보다 200㎏ 정도 무겁다. 수소로만 달릴 경우 연비가 1.5~2㎞/ℓ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보여준다.

20년간 수소차만 연구해 왔다는 클라우스 피어 박사는 "기존 가솔린 엔진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달리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수소차를 개발하는 데 집중해 왔다"며 "연료전지차에 비해 뛰어난 가속력과 저렴한 생산비용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이내에 연비를 혁신적으로 개선한 수소 전용 차량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이드로겐 7살롱의 가격은 BMW 동급 차량의 네 배 정도인 4억원가량 된다. 아직 대량생산을 하지 않아 차값이 10억원이나 하는 투싼 FCEV에 비해선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투싼 FCEV는 양산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베를린=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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