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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KBS 개혁, 뉴스 편향성부터 바로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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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승구 방통대 교수

강승구 방통대 교수

미국 서부영화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을 보면, 주인공 건맨(Gun Man)이 망토를 휘날리며 총을 뽑으면 어김없이 악당들이 쓰러진다. 주인공 건맨은 선한 인간, 총에 맞아 쓰러지는 상대방은 악당이라고 관객은 생각하게 된다.

건맨과 악당의 싸움으로 이분되는 서부영화의 선악 패러다임은 언론과 정치인의 관계와 흡사하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가 ‘국민의 방송’을 표방해 온 KBS 뉴스 프로그램에 지금까지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부여해왔다고 본다.

정권마다 ‘KBS는 내 편’ 만들기
공정한 보도 체제부터 갖춰야
수신료·광고 채널 분리 운영을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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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밤 9시 뉴스의 시청자들은 KBS 방송은 ‘석양의 건맨’이고, 뉴스에서 비판받는 정치인이나 정당은 ‘악당’으로 간주한다. 이러다 보니 부당한 비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쪽은 정권을 잡으면 KBS 장악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뉴스 채널이 많아지면서 KBS 시청률과 영향력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정치권은 KBS를 여전히 영향력 아래 두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반기부터 TV수신료 납부 분리징수 방안이 시행되면서 KBS 수신료 수입은 약 40% 감소가 예상된다. 경영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2022년도 기준 6900억원 정도의 수신료 수입이 대략 4000억원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렇다면 좋은 해결책은 없을까. 언론학자인 필자 보기에 KBS가 뉴스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된다. 뉴스를 만들지 않는다면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KBS를 굳이 장악할 필요가 없게 되고, KBS는 공익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익 창출에 집중하면 된다.

사실 과거 KBS는 민영방송이 외면한 공익적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해 국리민복에 적잖게 기여해 왔다. ‘한국인의 밥상’ ‘6시 내 고향’ ‘동네 한바퀴’ ‘동행’ 같은 프로그램은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된다. ‘불멸의 이순신’ 같은 드라마는 국민에게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했다. 뉴스가 아니더라도 KBS는 국민 행복을 위한 좋은 미디어가 될 수 있다. KBS가 굳이 뉴스를 전해야겠다면, 한 가지 방법은 KBS 2TV를 통해 보도하는 것이다. 이럴 땐 2TV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거나 1TV와 2TV의 회계 계정을 별도로 나누면 된다.

지상파 3사의 2022년 광고 수입 통계를 보면 MBC 3900억, SBS 3700억, KBS는 2600억원 정도다. 2TV를 독자적으로 운영해도 큰 문제 없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IP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 플랫폼들로부터 콘텐트 제공 대가로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받고 있다. 거기에다 뉴스 프로그램까지 2TV로 가게 되면 2TV의 경영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TV는 TV수신료로만 운영하고, 2TV는 오로지 광고 수입으로만 운영해야 한다. 수신료를 납부하는 시청자 중에는 여당 지지자와 야당 지지자도 섞여 있고, 진보나 보수 성향 지지자도 있을 것이다. 이런 국민이 낸 수신료로 제작하는 뉴스가 한쪽으로 기운다면 어불성설이다.

KBS 기자들이 “우리는 중립적으로 보도한다”고 항변해도 그걸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보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헤드라인 뉴스의 순서를 정하는 것도 KBS 핵심 인력들의 정치 성향과 무관할 수 없다고 본다.

국민이 내는 수신료는 ‘준조세’의 성격이 있다. 이런 돈으로 편향된 뉴스를 제작하고 보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필자는 KBS가 이제라도 뉴스를 포기하길 제안한다. 굳이 뉴스를 전하고 싶다면 2TV로 하고, 시청률과 광고수입을 통해 평가받아야 한다. 국민이 낸 수신료로 편향된 뉴스를 제작하면 안 되고, 시청료를 이용해 상업적인 2TV 채널을 운영해선 안 된다. 한쪽으로 치우친 뉴스로 국민의 행복을 대변할 수 없다.

TV 수상기가 있으면 KBS 방송 수신료를 납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리징수 말고 의무 징수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뉴스 프로그램이 없는, 정치색 없는 순수 공익 차원의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KBS 방송일 때만 수신료의 강제 의무 징수가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그래야만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KBS를 장악하려는 권력의 시도로부터 KBS의 공영성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승구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