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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 급식서 해산물 빼줘요"…수산물 민원 난감한 교육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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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시민들과 급식 관련 업체 관계자 등이 참관한 가운데 식약처 직원들이 일본산 활가리비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시민들과 급식 관련 업체 관계자 등이 참관한 가운데 식약처 직원들이 일본산 활가리비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불똥이 학교로까지 튀었다. 오염수 방류와 전국 초·중·고교의 개학이 맞물리며 급식 안전을 걱정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민원이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개학하며 오염수 문제 수면 위로…“급식 어떡하나”

28일 서울 한 초등학교의 25년 차 영양 교사는 “일부 학부모들은 ‘(방사능 성분에 노출되지 않은) 소금을 미리 사둬야 하는 것 아니냐’ ‘해산물은 무조건 빼달라’고 요구하는 민원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재료 값이 올라 걱정이었는데, 최근에 또 소금 등의 가격이 올라 식단 짜는데 고민이 깊어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영양 교사는 “설사 민원대로 바꾸려고 한다 해도 아이들에게 고기만 먹이거나 간을 할 때 소금을 뺄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며 “언제까지, 어떤 메뉴를 어떻게 구성할 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교육청 급식 담당자는 “급식과 관련해 본청에도 학부모 민원이 올라온다”고 했다.

27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의 건해산물 판매점 모습. 연합뉴스

27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의 건해산물 판매점 모습. 연합뉴스

교육계에서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안심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방류 당일인 지난 24일 경남도교육청은 도내 학교와 9월에 납품할 계약 업체를 대상으로 방사능 전수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급식 납품 빈도가 높은 멸치, 오징어, 명태, 새우, 고등어, 삼치, 주꾸미 등 15개 품목이 대상이다. 25일 충남도교육청은 조리실이 설치된 모든 급식학교를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식재료의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내년부터는 정밀검사도 연 220회에서 300회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같은 날 제주도교육청은 도내 학교급식 수산물 공급업체 4곳에 대해 분기별 1회 실시하던 방사능 검사를 월 1회로 늘리기로 했다. 울산시교육청은 방사성 물질 검사 확대와 함께 조리사를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부는 방류 하루 뒤(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학교 1만1843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최근 3년 간 일본산 수산물을 쓴 곳은 없었다”며 “학생 건강과 안전에 집중해 관계부처와 협력해 질 좋은 식재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 보내지 말아야 하나” 격한 반응도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노조 급식노동자들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일본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조는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투기와 관련해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한편 방사능 오염 식재료로 인한 학생 건강 및 안전에 우려를 표했다. 뉴스1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노조 급식노동자들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일본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조는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투기와 관련해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한편 방사능 오염 식재료로 인한 학생 건강 및 안전에 우려를 표했다. 뉴스1

오염수에 대한 우려는 일부 학부모와 교원단체 등에서 방류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 6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방류 반대 서명 운동을 했다. 같은 달 경기도에선 학부모들이 한 달 간 방류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1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부산에서도 같은 취지의 서명 운동이 지난달부터 진행되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해양수산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이달 초 제주 지역 내 공·사립학교 영양사 약 30명이 모인 연수 자리에서 ‘수산물 안전관리 정책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국 초·중·고교가 개학하면서 일부 맘카페나 커뮤니티에서는 정부 방침을 못 믿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 커뮤니티에는 “급식에 생선, 조개, 갑각류가 나오면 아이더러 먹지 말라고 해야하겠다”는 글이 올라오자 “애들이 먹지 말란다고 가려먹겠냐”, “육수, 생선까스, 다시마, 조미료는 어쩌냐” 등의 댓글이 수십개 씩 달렸다. 경기도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간호사 정모(41)씨는 “병원에서 일하며 엑스레이 촬영 등으로 방사능에 노출된 직군들을 보면 알 수 없는 이유로 심각한 질환에 걸린다. 결국 오염수 방류는 우리에게 하나도 좋을 게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주변 학부모들에게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 방법, 예산 상황 개선돼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모습. 뉴스1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모습. 뉴스1

교육부는 난감한 입장이다. 수산물은 해양수산부, 그 수입과 유통은 식약처가 담당하는 상황에서 각종 민원에 책임있는 답변을 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 단위의 식재료 원산지 심의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진행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종종 우리 부처에도 오염수 관련 유선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어떤 체계를 통해 안전 관리가 잘 돼 있는지 설명 드리는 게 전부”라며 “앞으로는 2학기 학교급식 점검 시 학운위가 원산지 표기 심의와 공개 관련 수칙을 잘 지켰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방사능 검사 횟수보다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도청·교육청이 함께 진행하는 검사의 경우 농산물은 생산·출하·유통 단계에서 사전 검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수산물은 납품 단계에서 이뤄진다. 섭취 이후에나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산물 방사능에 대한 전수 검사를 진행하려고 해도 무조건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검사 인력이나 장비의 한계가 있다”며 관련 예산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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