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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몇달은 한국 산다"…美서 '도깨비 동화' 낸 한국계 미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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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계 미국인 작가, 차희원 씨. 도깨비 형제의 모험 이야기,『쌍둥이 도깨비(The Goblin Twins)』를 곧 펴낸다. 사진 본인 제공

한국계 미국인 작가, 차희원 씨. 도깨비 형제의 모험 이야기,『쌍둥이 도깨비(The Goblin Twins)』를 곧 펴낸다. 사진 본인 제공

다음 달 한국 출신의 아기 도깨비 쌍둥이가 미국의 어린이 독자들을 찾아간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차희원(39) 씨의 신간, 『쌍둥이 도깨비(The Goblin Twins)』가 출간되면서다. 올해 601살이 되는 호기심 가득한 아기 도깨비, 도끼(Doki)와 깨비(Kebi)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살던 집이 재개발된다는 소식을 접한다. 형제는 용기를 내어 더 큰 세상을 보기로 결심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감행한다. 이역만리 뉴욕으로 향한 이들에겐 새로운 모험이 기다린다. 그런데, 왜 하필 도깨비일까. 최근 방한한 차 작가를 만나 물었다.

영어권에는 '프랜시스 차'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그는 2021년 『너의 얼굴을 갖고 싶어(If I Had Your Face)』라는 소설로 데뷔했다. 서울 강남의 젊은 여성 네 명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이 소설은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영화 및 드라마 제작도 검토 중이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홍콩 등에서 성장했고 현재 뉴욕에 거주한다. 연세대에서 교편을 잡았던 그는 지금은 컬럼비아대에서 글쓰기를 가르친다. 매년 몇 달은 반드시 두 딸을 포함한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며 전국 각지를 여행하는 게 원칙이다. 인터뷰 중에도 되도록 한국어를 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차희원 작가의 『쌍둥이 도깨비(The Goblin Twins)』의 일부. 일부러 한국 테마의 이미지를 풍성히 넣었다고 한다. 그림은 제이미 김(Jaime Kim) 작가가 그렸다. 차희원 작가 제공

차희원 작가의 『쌍둥이 도깨비(The Goblin Twins)』의 일부. 일부러 한국 테마의 이미지를 풍성히 넣었다고 한다. 그림은 제이미 김(Jaime Kim) 작가가 그렸다. 차희원 작가 제공

장편 소설 아닌 그림책을, 그것도 도깨비를 소재로 택해 쓴 이유는.  
"한국을 소재로 하면서 한국을 잘 모르는 아이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어린이 책을 만들고 싶었다. 영어권 어린이 그림책엔 아직도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모험을 떠나는 건 여자아이들이 아닌 남자아이들이다. 어떤 (미국인) 도서관 사서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힘든 일을 많이 겪어서인지, 그들이 쓴 동화책은 슬픈 내용이 많다'고 했던 얘기에도 영향을 받았다. 편견에서 자유로우면서, 모두를 즐겁게 하는 이야기를 찾다가 도깨비를 떠올렸다."  
형과 동생의 캐릭터가 정반대인데.  
"유행하는 MBTI식으로 말하면 형은 I(내향형)로 집에 틀어박혀 책보는 걸 좋아하고, 동생은 E(외향형)으로 밖에서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 형제가 서로 다른 상대를 받아들이면서, 자기의 욕심을 참으면서 남을 위하며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다른 걸 포용하는 마음은 소중하니까."  
차희원 작가의 『쌍둥이 도깨비(The Goblin Twins)』의 동생, 깨비가 장난을 치는 장면. 차희원 작가 제공

차희원 작가의 『쌍둥이 도깨비(The Goblin Twins)』의 동생, 깨비가 장난을 치는 장면. 차희원 작가 제공

그런 마음은 차 작가의 성장 과정과도 맞닿아있을 것 같다.  
"미국 미네소타에서 태어나 텍사스와 홍콩, 이어 한국에서 성장했다. 한국 밖에선 어딜 가나 '유일한 한국인'이었고, 한국 안에선 '유일한 미국인'이었다. 경계인의 삶을 살아온 셈이다. 어린 시절엔 솔직히 불안하고 힘든 점도 많았다. 한국에서도 외국인 학교 안 가고 공립학교를 갔는데, 첫 국어시험에서 거의 빵점을 맞았다(웃음).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 남이 나와 다르다는 걸 계속 의식하며 살았던 셈이다. 지금은 그런 경험이 나를 더 풍요롭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차희원 작가의 데뷔작, 『너의 얼굴을 갖고 싶어』 표지.

차희원 작가의 데뷔작, 『너의 얼굴을 갖고 싶어』 표지.

CNN에서 일하다 작가의 길을 걸은 행보도 흥미로운데.  
"CNN 서울지국에서 일하며 한국 관련 뉴스를 세계를 상대로 전한 건 값진 경험이다. 저널리즘의 특성상, 어떤 사람이 내 기사를 읽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건 좋은 훈련이 됐다. 기사라는 형식은 독자가 어떤 사람이든 배제하지 않고, 누구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런 글을 쓰는 훈련은 소중한 경험이 됐다."  
그러다 한국인이 주인공인 소설을 영어로 썼는데.  
"영어로 쓰긴 했지만 내게 이 책은 한국 책이다. 사실 책을 쓰면서 일부는 한국어로 쓴 뒤 영어로 옮기기도 했다. 한국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알려지길 바란다. 내 꿈 중 하나가 한옥으로 지은 서점을 미국 뉴욕에 내는 것이다(웃음). 두 번째 장편 소설은 한국의 남해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ci-fi) 장르다. 증조할머니에게 영감을 받은 또 다른 한국 테마 영어 그림책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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