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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기저귀 팔려고 로켓배송 했겠나...비밀 풀어준 그래프 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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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온라인 유통, 영토확장 어디까지

팩플 오리지널

그렇겠죠, 기저귀에 ‘로켓’ 달아 돈 벌자는 사업은 아니었겠죠. ‘로켓배송’으로 뜬 쿠팡, 이젠 패션·가전·럭셔리를 사거리에 두고 포화를 뿜습니다. 배민이 족발만 배달할까요? 이젠 갤럭시와 애플워치를 팝니다. 컬리가 아침 장만 봐줄까요? 이젠 안마의자도 팝니다. 생필품 영역에서 출발한 커머스 앱들이 소비생활 전역으로 진격하는 ‘필사적 상황’이란 뭘까요?

생수·분유·기저귀 팔려고 로켓배송 시작 했겠어? 생수·기저귀 등을 로켓배송하며 ‘학부모의 친구’ ‘주부의 친구’로 자리매김한 쿠팡이 요즘은 패션·가전·뷰티·럭셔리를 자주 언급한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한국의 온라인 미개척지가 얼마나 넓은가!’를 매번 외친다. 지난해 3분기 흑자 달성 이후부터는 ‘쿠팡의 영토 확장이 어디까지 가능할까’를 커머스 업계 전체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패션·가전…쿠팡의 무한 확장?=김 의장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비소모품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2014년 로켓배송 초기에는 소모품 위주였으나 2018년 말 비소모품이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현재는 로켓 품목·매출 대부분을 비소모품이 차지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구체적으로 김 의장은 패션과 가전 분야 성장이 가파르다고 밝혔다. 쿠팡이 더는 생필품 장보기 앱에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김 의장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특히 FLC에서 패션과 뷰티 등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고객 선택의 폭을 크게 넓혀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FLC(Fulfillment Logistics by Coupang)는 중·소 상인의 입고·재고관리·배송 등을 종합 대행하는 서비스다. 쿠팡이 직접 물건을 사들이는 게 아니니 회사 부담은 적은 대신 기존 물류망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분유·기저귀·휴지 등 생필품 당일 배송으로 다진 물류 인프라·노하우에 패션·가전 같은 단가 높은 품목을 직매입하지 않고도 취급한다면? 쿠팡 입장에서는 추가 투자 없이도 다양한 제품군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로켓설치에 로켓럭셔리까지=쿠팡은 지난달 명품 화장품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시작했다. 에스티로더·맥·바비브라운·헤라 등 국내외 명품 화장품을 각 브랜드 한국 법인으로부터 직매입했다고 한다. 로켓배송과 무료 반품 원칙을 그대로 적용했다. 가전제품 분야에서는 배송에 설치를 겸한 ‘로켓설치’로 경쟁자들과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 시작한 로켓설치는 냉장고·에어컨·타이어 등으로 품목을 넓히다 지난달에는 유모차·카시트에도 시작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배민·컬리도 휴대폰·화장품 파네?=쿠팡만 그런 게 아니다. 컬리는 지난해 11월 ‘뷰티컬리’를 론칭했다. 식재료 ‘마켓컬리’에 필적하는 주력 사업이다. 고가 가전도 심심찮게 포진해 있다. 컬리에 입점한 최고가 품목은 세라젬 안마의자(578만원)로 중개 상품이다. 컬리 측은 “컬리에서 월 15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 수가 매년 4배씩 늘고 있다”며 “품목을 다양화한 점도 기여했다”고 했다.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민스토어’에는 지난달 애플워치가 입점했고, 이달 초에는 삼성 갤럭시Z5 사전예약 판매도 받았다. 전자랜드·삼성스토어·프리스비 등이 공식 입점한 오픈마켓 격인데, 배민은 상품 중개뿐 아니라 배송도 맡는다. 쿠팡 FLC의 배민 버전인 셈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인프라 vs 충성 고객 vs 퀵=쿠팡이 말하는 가전 판매의 강점은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다. 요즘 가전은 유행을 강하게 타기 때문에 패션만큼이나 악성 재고가 발생하기 쉬운데, 쿠팡은 그간 생필품과 신선식품에서 익힌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 기술이 있어 여기에 강하고, 부피 큰 가전 재고를 소화할 물류 창고도 갖췄다는 것이다. 컬리는 이왕이면 컬리에서 사려고 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한 점을 자사의 강점으로 꼽았다. 식재료를 구매하며 제빵기나 전자레인지도 컬리에서 사고 싶어하는 고객의 요구로 팬데믹 기간 일찌감치 생활가전 새벽 배송을 시작했다고 한다. 배민은 누가 뭐래도 빠른 배달이다. 오토바이 배송이니 지역에 따라 1시간 내 배달도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배민 측은 “전자제품도 음식만큼 바로 받는 걸 선호하는 MZ 세대가 반응한다”고 말했다.

◆시장 흐름은?=가전·패션·화장품의 온라인 판매가 증가하는 것은 전반적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온·오프라인 유통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1%, 4.2% 상승했다. 그런데 가전·문화 오프라인 매출 증가율은 -12.8%로 역성장했지만 온라인은 6% 늘었다. 패션·잡화 역시 오프라인 매출은 1.7% 성장에 그쳤지만, 온라인은 4.4% 증가했다. 가전·패션·뷰티 등의 항목에서도 온라인 구매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게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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